목격자에게 용의자 한 명만 보여주고 범인 여부를 확인한 것은 그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암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7부(고영한 부장판사)는 12일 위조한 전세계약서를 담보로 돈을 빌려 가로챈 혐의(사기 등) 및 A(26ㆍ여)씨를 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엄모(36)씨에 대해 강간 혐의를 무죄로 판단,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범인 식별 과정에서 A씨에게 피고인의 사진 한 장만을 보여준 뒤 범인 여부를 확인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보여줄 경우 그 사람이 범인으로 의심 받고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줄 수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진술한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피고인과 비슷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도 있으나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A씨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잘못 지목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9월 인천의 한 고시원에서 흉기를 든 범인에게 성폭행 당한 뒤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이 두 달 전 같은 고시원에서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엄씨의 사진을 보여주자 자신을 성폭행한 범인과 일치한다고 진술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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