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의 하나인 대청도는 인천에서 보면 연평도와 백령도 사이에 있다.
인천에서 쾌속 여객선으로 3시간40분 걸려 닿는 섬 크기도 두 섬의 중간 규모다. 요즘은 바닷가 풍광이 아름다운 무공해 섬으로 제법 알려졌지만, 예전에는 조기잡이로 유명한 연평도와 최북단 군사요충 백령도에 가려 관광객도 별로 없는 외로운 섬이었다.
대부분 고기잡이가 생업인 주민 1,200여명과, 바다와 섬을 지키는 해군 해병 장병들이 몇 십년 동안 가족처럼 서로 몸과 마음을 맞대고 비비며 지낸 섬이다.
■서해 5도가 대개 그렇듯이 대청도는 북한 장산곶이 지척이다. 이 때문에 남북한 긴장이 높던 시절에는 유사시 외부지원 때까지 자력으로 버틸 수 있도록 군과 민이 총력 방어체제를 갖췄다.
그게 아니라도 평소 북방한계선(NLL) 부근 어장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는 주민들과 주변 해역을 지키는 해군 함정은 매일 일과를 함께 하다시피 한다. 어선 보호를 위해 어로 한계선 준수를 감독하고 북한 경비정의 동태를 감시하는 것이 이곳에 배치된 해군 고속정 편대의 일상적 임무다.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대청도 주민과 해군 장병이 NLL 월선 단속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폭행시비와 해상시위까지 벌였다. 발단은 몇 달 전 꽃게잡이를 위해 NLL을 넘은 어민 15명을 해군이 해양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해경이 사건조사를 위해 7일 섬에 찾아오자 어민들이 반발, 어선 10여 척으로 심야 해상시위를 벌였다.
이어 해군 고속정 기지로 배를 몰고 들어가 옥신각신 하는 과정에서 해군 장병 4명이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이에 해경이 월선 조업한 어민과 시위주동 어민까지 체포하자 다음날 어민 200여명이 어선 50척에 나눠 타고 시위를 벌여 파문이 커진 것이다.
■3월에 월선 조업한 어민을 뒤늦게 조사한 점에 비춰 군민 갈등이 쌓인 것으로 짐작된다. NLL 부근이 황금 어장인 꽃게잡이를 둘러싼 갈등은 남북 교전을 계기로 알려졌으나 이내 잊혀졌다.
이게 군민 충돌로 비화한 것은 동해 경비선 대치사건에 영향 받은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근본은 어민들과 해군 양쪽 모두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성의를 갖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어민과 군 장병들은 외로운 섬 대청도에서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 한 정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넷에는 대청도를 사랑하는 전역 장병 사이트도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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