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직 돌연 사퇴 이후 당 안팎의 시선은 문희상 의장과 유시민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염 의원이 “두 사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사퇴했다”고 치고 나온 때문이다. 문 의장은 염 의원으로부터 ‘리더십 없는 정치인’으로 , 유 의원은 ‘정치적 미숙아로 분열주의적 개혁주의자’로 몰렸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파장의 넓이와 수습 방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둘은 일단 맞대응이 좋을 게 없다고 본 듯 수습에 무게를 두었다. 문 의장은 9일 “염 의원에게 섭섭하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염 의원의 사퇴는 개인적 문제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응전을 피했다. 둘은 염 의원의 간접적인 사퇴요구도 일축했다.
문 의장은 이날 “수습에 무슨 왕도가 있겠느냐”며 “차분히 힘을 모아 호시우행(虎視牛行)하며 간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직전 독대한 사실을 공개하며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검토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염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혁신위의 인적구성에 대해서도 “유 의원에게 혁신위를 나가라고 하란 말이냐”며 “유 의원이 빠진 혁신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12일 전현직 지도부회동 형식으로 신기남ㆍ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통일장관, 김근태 복지장관 등과 만찬을 같이 하며 도움을 요청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자못 험악하다. 문 의장이 말로만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할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이런 불만이 그를 지지해온 실용진영에서 나오고 있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안영근 의원은 이날 “문 의장이 현실을 외면하고 그저 봉합할 생각만 하니 의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유 의원이 이끄는 개혁당 출신들은 전과 달리 문 의장을 적극 감싸고 있다. 이광철 의원은 “현 상황을 놓고 문 의장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지않다”며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당 전체가 정책개발 등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한동안 자세를 낮춰 문 의장의 입지를 넓혀주는 게 자파에도 유리하다는 유 의원의 의중과 맞닿아있다.
그렇다고 유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 기간당원제 자격 완화 등에 대해 물러서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갈등의 뇌관인 두 사안이 불거질 경우 실용 진영과의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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