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 등 노동부 소관 5개 기금에 대한 감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한 푼이 아쉬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걷어 간 돈을 쓰지도 않고 재어 놓거나, 눈먼 돈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한 것이다.
대량실업 등 고용상태 불안에 대비해 근로자와 기업으로부터 걷는 고용보험기금은 9조원 가까이 곳간에 쌓여있다. 지난해 지출액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외환위기 여파로 실업자가 급증해 보험료를 크게 올려놓고 그대로 유지한 때문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고용보험료도 낮아져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외면한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기도 어려운 국민들은 그 것도 모르고 달라는 대로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런데도 보험료를 납부하고 피보험자 대상에서 누락돼 제때 혜택을 보지 못한 근로자가 236만명에 이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산재보험의 맹점을 이용한 도덕적 해이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환자의 요양기간을 제한하지 않아 산재환자의 23%가 2년 이상 요양하는 등 장기환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기간 내내 평균임금의 70%가 휴업급여로 지급되므로 구태여 무리하면서 일하러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노동부가 5대 기금의 관리를 맡는 것은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국민연금처럼 별도의 운용위원회를 두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감사원 지적대로 기금이 턱없이 남아도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인 보험료율 결정방식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자활의지를 북돋아주는 소중한 기금이다. 자기 돈처럼 투명하고 철저한 운용과 관리가 요구됨은 물론이다. 더불어 필요한 만큼 거둬서 꼭 필요한 곳에 쓰는 게 기금운용의 원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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