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8일 창간 51주년을 기념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박 대표는 “현 정부가 국민 생활과 관계 없는 일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이어 “경제원칙을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면 당시엔 인기가 없어도 나중에 득이 되고 대기업, 중소기업, 노동자 등 많은 사람이 흡족할 수 있겠지만 일관성 없이 포퓰리즘적으로 하면 누구도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10일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중차대한 때인 만큼 한미동맹이 복원되고 북핵 문제도 잘 해결돼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박 대표는 4ㆍ30 재보선 이후 탄탄해진 입지를 반영하듯 시종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는 윤승용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 정치 현안
_국정 혼선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국정운영에 있어 우선순위가 바로 잡혀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 왔습니다. 국민이 절실하게 느끼는 민생 문제가 우선순위여야 하는데, 국민 생활과 관계 없는 일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밀어붙이면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최근 대통령 자문위원회가 자문을 넘어 정책 결정까지 하면서 행정부처가 무력해졌습니다. 이런 위원회의 월권, 측근 정치, 코드 인사 등이 국정 혼선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_한나라당의 지향점과 이념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3월 대표가 됐을 때 밝힌 대로 정책정당, 원내정당, 디지털정당이 지향점입니다. 과거에 비해 당론과 정책 결정, 재정, 공천 등 당의 모든 부분이 굉장히 투명해졌습니다. 의원들이 보스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수, 진보를 놓고 싸우는 건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우리 노선은 공동체 자유주의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선 민간에 더 많은 자유와 자율을 줘야 합니다.”
-당 혁신위가 집단지도체제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면 받아들일 생각입니까.
“당이 더 신뢰 받고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 합리적이라면 무엇이든지 수용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집단지도체제이긴 한데….”
_내년 7월로 돼있는 임기는 다 채울 생각입니까.
“임기까지 열심히 하라고 소임을 받은 거니까 중간에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혁신위 안에 따라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있게 되면 이미 말했듯이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_4ㆍ30 재보선에서 일부 공천 잡음이 있었는데 보완할 생각은 없습니까.
“과거처럼 밀실에서 하지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시스템에 의해 공천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실험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철저한 검증이 되도록 보완할 생각이지만, 큰 틀은 지금처럼 지도부가 관여하지 않고 투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_원군이었던 당내 소장파들과 요즘 소원한 것 같습니다.
“(웃음) 소원해졌다고 느끼지 않아요. 계파 없는 정치를 했기 때문에 주류와 비주류라는 말이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를 거부한 적도 없고, 그 분들이 합리적인 얘기를 하면 얼마든지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_지역감정 해결을 위해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용의는 있는지요.
“선거구제를 바꾼다고 지역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도자, 정치인의 마음 자세가 제일 중요합니다. 자원배분, 인재등용 등에 대해 공평한 마음을 가지고 지역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마음을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_지역감정 해소,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결합이라는 차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는 게 어떠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먼저 정치 노선이나 철학이 맞아야 하고,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얼마나 필요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 그런 걸 말할 시기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 대권
_최근 당내에 박 대표의 대세론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대세론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아직 대선까지 2년 7개월이나 남았습니다.”
_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중 누가 더 친근감이 갑니까.
“(웃으며) 두 분 다요.”
-고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발군인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국민들이 그 분의 경륜, 안정감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_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사람의 이름 석자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겉으로 아무리 화려해도 성공한 게 아닙니다. 신뢰를 저버리는 일을 하면 그 사람 자신이 가장 불행합니다. 또 지혜로운 사람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잔 머리 굴리는 게 아니라, 올바르게 가는 것입니다.”
■ 북핵 문제
_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당부할 말씀은.
“중차대한 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좋은 성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한미동맹도 다시 복원되고 북핵 문제도 잘 해결되도록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_올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에 대담하고 포괄적인 접근을 제안했는데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선 6자회담에 참가한 5개국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의 핵 포기 때 체제안전, 경제지원, 북미수교 등 포괄적이고 대담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핵 포기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떤 냉엄한 현실, 불리한 일이 생기는 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북핵 문제 난항의 한 원인이 북미간 불신이기 때문에 6자회담 틀 안에서 북미 양자간 대화가 필요합니다.”
■ 경제
_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철학과 노선이 잘못됐고, 아마추어리즘과 함께 공적시스템 보다 위원회와 측근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_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이미지와는 달리 내용적으로 친(親)재벌적이라고 평합니다.
“친재벌이고 뭐고 간에,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누구의 친구도 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불만이잖아요. 경제 원칙을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면 당시엔 인기가 없어도 나중에 득이 됩니다. 포퓰리즘적으로 하면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습니다. 지금 누가 현 정부를 친구로 생각합니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아우성이고,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입니다. 외국 투자자도 문제를 꼽으라고 하니까 ‘일관성 없는 정책’을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재정 지출로만 다 해결하려 하는데 지난 8년 동안 빚만 늘지 않았습니까. 규제타파, 투자환경 조성, 감세정책으로 투자와 소비가 선(善)순환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귀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한 건 당시 대우를 비롯한 부실 대기업의 처리 과정에서 국민이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제 때 처리를 했으면 국민 부담을 줄였을 텐데 너무 끄는 바람에 부담이 훨씬 커진 것도 문제입니다. 재평가는 다신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교훈이 되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법처리는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하면 되겠지요.”
■ 개인사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직접 선택한 것입니까.
“제가 자란 청와대는 나라 얘기를 많이 하는 곳이었습니다. 식탁에서 우리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고, 농촌 환경이 어떻고, 새마을 사업이 어떻고 하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얘기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전자산업이 성장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어머니는 사학을 권했는데, 저는 전자산업에 뛰어들어 일선에서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공계를 택했습니다. 아버님도 전자산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지만 이리 가라, 저리 가리 강요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버님은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막상 선택하고 나니 자료도 주고 도와 줬습니다.”
_박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박 대표가 “전방은 어떠냐”고 했다는데.
“그 때 돌아가셨다는 소식 듣고,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냐고 했더니 간단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휴전선은 괜찮냐고 물었죠. 그러니까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하더군요. 혼란이 오면 38선이 위험하다는 건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알았잖아요.”
_얼마 전 경북대 강연에서 대학생들의 호응이 대단했다는데요.
“대학생들한테 상당히 친근감을 느꼈고, 좋았습니다. 홈피에 저를 누나, 누님, 언니, 혹은 이모, 고모라고도 부른다. 미니 홈피에선 모두 일촌이니까, 일가거든요.”
_최신곡을 잘 부른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거북이의 ‘빙고’를 좋아 합니다.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려고 합니다. CD도 사고, 일 하면서도 듣곤 합니다.”
_패션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습니다. 누가 도와주나요.
“아닙니다. 머리나 옷, 모두 저 혼자 합니다. 옷은 맞추기도 하고, 사기도 합니다. 예전엔 혼자 다니면서 옷도 사고 했는데 요즘은 못합니다. 체중 변화가 없어 옷도 몇 년 전 것을 입고 있습니다.”
_자문그룹이 3공 관료나 자제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 분은 아닙니다. 의원들도 전문 분야를 갖고 있어 그 분들 의견을 많이 듣습니다.”
_동생인 지만씨 부부는 잘 삽니까.
“행복해 합니다. 9월에 아기가 태어날 예정인데 저도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모가 되는 순간입니다.”
_살면서 누구에 대해 연예감정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사춘기 때면 다 마찬가지죠. 배우도 좋아하고….
정리=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