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본사 제정 제32회 한국보훈대상/ 영예의 수상자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본사 제정 제32회 한국보훈대상/ 영예의 수상자들

입력
2005.06.09 00:00
0 0

■ 심사평/ 채명신 심사위원장

올해 한국보훈대상 심사를 하면서 작년과는 또 다른 감회에 젖었다. 올해는 현충일이 50돌이고, 베트남전 종전 30돌인 해다. 때문에 예년보다 호국영령들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감회가 다른 것은 반세기의 세월로 전쟁의 참상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분들이 잊혀져 가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아직도 14만여명이 시신없이 위패만 안치돼 있다. 주인을 찾지 못한 무공훈장도 9만여개나 된다. 정부가 6ㆍ25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확대하고, 중상이자와 무공수훈자 등에 대한 대우도 개선한다고 하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한국일보사와 국가보훈처가 호국보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한 한국보훈대상의 심사위원들은 올해도 후보들의 의로운 삶과 나라사랑 정신을 접하면서 옷깃을 여미었다. 심사위원들은 5개부문 후보 24명의 공적 증빙서류를 일일이 점검하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올해는 한 분만 추천된 중상이자 배우자 부문 후보가 2003년 지방신문 주최 행사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어 대신 상이군경 부문을 2명으로 늘려 수상자 5분을 선정했다.

수상자 여러분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하며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빈다. 아울러 호국정신 함양과 보훈사업에 앞장서온 한국일보사와 협찬해준 KT&G에도 감사를 드린다.

■ 상이군경 부문, 김진선씨

김진선(金振旋ㆍ77)씨는 6ㆍ25전쟁 기간 중 강원 인제지구 전투에서 적군 40여명을 사살하고 중화기 50여점을 노획하는 전과를 거둬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전투 도중 오른쪽 손가락이 절단되고 무릎관절이 탈구되는 부상을 당해 명예 전역한 상이용사다.

전역한 뒤 충북 괴산군 공무원으로 10여년간 복무하고 현대건설에도 잠시 몸담았던 김씨는 1967년부터 상이군경회 괴산군 지회장과 증평군 지회장을 역임하며 국가유공자 유족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섰다. 괴산군 지회장 시절엔 동향 출신인 김태동 보사부 장관을 직접 찾아가 성금을 받아내고 군에서 대지를 무상 임대 받아 보훈회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김씨는 고향에서 ‘인간 신호등’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증평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등ㆍ하교길 교통정리를 해 주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학교 앞 길은 2차선의 협소한 도로에 초중고교가 같은 방향으로 이어져 매월 2~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던 혼잡지역인데 김씨가 인간신호등으로 나선 이후 교통사고가 근절됐다고 한다.

1985년에는 증평읍 노인회 총무를 맡아 노인 봉사대를 조직하고 경로당 및 회원 확충에 힘썼다. 노인 봉사대는 방학동안 사랑방교실을 열어 초중학생들에게 천자문과 생활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 상이군경 부문, 황도일씨

황도일(黃道一ㆍ62)씨는 1965년 3월 동부전선 전방에서 군작전 도중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오른쪽 대퇴부 골절상을 입고 의병제대한 상이용사. 제대 이후 신체불구를 비관하며 자포자기한 생활도 했던 황씨는 보훈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신앙에 귀의해 목회자로서 부산보훈병원과 서울보훈병원 등에서 30여년 간 봉사활동을 했다.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한 황씨는 동료 상이군인들을 올바른 삶으로 인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75년부터 신창용사촌과 시흥용사촌 등에 개척교회를 설립하고 상이군인들의 재활 돕기에 나섰다.

84년부터는 한국보훈선교단의 사무총장과 부산보훈병원의 원목을 맡아 상인군경과 그 가족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제공하고 재활을 도왔다. 8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서울보훈병원 원목으로 활동하면서 상인군경 가족들을 보살폈다. 간호장교 출신인 황씨의 부인도 서울보훈병원의 성가대 지휘를 맡아 보훈가족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있다.

황씨는 최근까지 명일동의 명진보육원과 경북 문경의 신망애육원에 정기적으로 위문ㆍ후원하는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03년 보훈선교단을 이끌고 미국 LA지역 병원에 입원중인 한국전 참전용사를 위문하는 등의 활동으로 미국 한국전 참전 동우회장의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 미망인 부문, 장사연씨

장사연(張師蓮ㆍ76)씨는 1950년 12월 동부전선 청송지구 전투에서 남편이 전사하는 바람에 청상이 됐다.1946년 꽃다운 열여덟의 나이로 결혼한 지 4년 만이다.

장씨는 절망 앞에서 죽음도 생각했지만 시어머니와 어린 남매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고 혼자 힘으로 농사를 지으며 가계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잇따른 흉년으로 나날이 빚만 늘어나 농한기에는 부산을 오가며 공장 허드렛일을 거들며 생계를 이어갔다. 삯바느질과 행상까지 나서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장씨는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남편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남매의 교육에 매달렸다. 장씨의 뒷바라지 덕에 남매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까지 잡았다. 시어머니까지 극진히 봉양한 장씨에게 대한민국 전몰군경미망인회는 1999년 ‘장한 어머니상’을 수여했다.

남매를 다 키워 낸 장씨는 1990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로 가입하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용 가제를 접고 면봉을 마는 일도 거들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의 공로로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을 4번이나 받았으며 2000년까지 5,000시간의 자원봉사 기록을 달성했다. 2003년에는 ‘강남구민 대상’을 수상했다.

■ 유족·유가족 부문, 조영근씨

조영근(曺寧根ㆍ54)씨는 아버지가 1950년 12월 6ㆍ25전쟁에서 전사한 뒤 이듬해 유복자로 태어났다. 첫돌을 맞기도 전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할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이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간판 모범사원이다.

부산공업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경남버스를 거쳐 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조씨는 엔지니어의 한길만 보고 달려왔다. 27년간 엔진조립부문 전 공정을 두루 거쳐 다기능의 조립전문가가 됐다. 또 틈틈이 국악기를 익혀 각종 사내 행사에 풍물놀이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저축증대 운동에 앞장서 회사 표창을 받는 등 7차례나 모범사원으로 선발됐다.

2000년 7월에는 사내 보훈회를 결성하고 초대회장을 맡아 유공자 유가족의 권익보호 활동을 시작했다. 사내 보훈회를 울산의 최대 규모 조직으로 키워낸 공로로 2004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조씨는 봉사활동에도 앞장서 1996년 직장 내 봉사모임인 ‘곰돌이회’에 가입한 뒤로 장애인 학교 등을 방문해 청소와 빨래 등을 도와주고 있다. 봉사활동을 위해 그는 발마사지 자격증까지 땄으며 울산가정복지원에서 호스피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씨는 96년 작업장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다친 4급 장애인이기도 하다.

■ 특별보훈 부문, 진두성씨

진두성(陳斗星ㆍ62)씨는 부산 동성고 3학년 재학 시절 4ㆍ19혁명이 터지자 부산진 경찰서 앞 시위에 참가, 독재 타도를 외치다가 경찰이 쏜 총탄에 왼쪽 눈을 잃었다. 1964년 이 같은 공로로 4ㆍ19혁명 유공자로 선정돼 건국포장을 받았고 92년부터 4ㆍ19혁명 부상자회 경남지부장을 맡고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72년 경남은행에 입사한 진씨는 80년까지 노조 위원장을 지내면서 근로자 권익향상에 앞장섰다. 그러나 마음은 항상 4ㆍ19정신 계승에 빼앗겼다. 80년 4ㆍ19혁명 부상자회 4대 경남지부장에 피선된 진씨는 이후 4차례나 지부장을 맡아 마산 국립 3ㆍ15묘지 건립과 성역공원 조성에 기여하는 등 혁명정신 재조명에 힘썼다. 89년에는 부ㆍ마항쟁 기념사업회를 결성,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민주성지 마산의 얼을 심는데 노력하였고 민주화추진협의회 운영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95년 마산시의회 의원에 당선된 이후 현재 경남도의회 의원인 진씨는 시ㆍ도의회로 무대를 옮겨 4ㆍ19정신 계승 활동을 잇고 있다. 2002년 경남도 포괄예산 심의 과정에서 국가유공자 응급운송 구급차량과 회관수리비로 각각 2,000만원씩 마산보훈회관에 지원, 국가유공자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