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군청 수준’이라고 격하한 것을 계기로 건교부와 서울시가 정책논란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이 시장의 발언을 청계천복원 등 서울시 사업과 연계시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고, 서울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대안을 내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강북 뉴타운 사업 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가 갖고 있는 ‘시청 수준’의 부동산정책 대안은 무엇일까. 8일 이명박 시장의 ‘군청 수준’발언 후 드러난 서울시의 복안은 강북의 뉴타운을 중심으로 한 도심재개발 본격 추진과 수요에 따른 공급위주 정책전환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관련부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마련에 나섰으나, 아무런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월권 시비와 함께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기본정책 방향을 판교 김포 등 수도권 신도시 개발을 하기보다 도심재개발에 치중하는 쪽으로 잡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도시구조를 왜곡하고, 소통량을 늘려 결국 도시의 외연을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차라리 그 돈으로 강북지역 등 낙후된 곳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도심 안에서 수요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이 시장이 대표적 사업으로 추진해온 뉴타운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김병일 서울시 대변인은 “2003년 10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강북 뉴타운 개발이 언급됐고, 서울시가 여러 차례 기반시설 비용 지원을 요청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뉴타운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보는 시각도 정부와 다르다. 시는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면 소형평형을 의무적으로 짓게 하기보다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자는 입장이다.
다만 강남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강북부터 양질의 주택을 늘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또한 층고 제한 문제에 있어서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용적률을 그대로 두되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강조했다.
또한 시가 지난해 말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 등을 구청에 위임함으로써 집값 상승을 촉발시켰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구청장 권한이었던 것을 2002년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당시 한시적으로 통제했다가 다시 돌려준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시가 이처럼 나름대로 부동산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고, 따라서 지금까지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뒷짐을 지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서 곱지않은 시각도 있다. 시 고유 권한이 아닌 사안을 놓고 정부의 정책이 밀리자 여론에 편승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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