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텔레비전을 통해 처음 월드컵 예선 경기를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내 나이 열 일곱 살 때의 일이었다. 지금은 본선 참가팀이 32개국으로 늘어나며 아시아에 배당된 티켓이 4.5장이지만, 그때는 본선 참가팀이 24개국에 아시아에 배당된 티켓도 오세아니아 지역과 묶어 단 한 장뿐이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동대문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호주와의 홈 경기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대관령 아래 마을에서 강릉까지 20리 산길을 걸어 나갔다. 그때 우리 동네는 텔레비전은커녕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전설 속의 이세연 선수와 전설 속의 이회택 선수가 뛰던 경기였다.
전반전에 우리가 두 골을 넣고, 후반에 두 골을 지키지 못해 비긴 경기였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모두 비겼고, 훗날 홍콩에 가서 치러진 경기에서 우리는 패했다. 정말 월드컵 본선 진출의 벽이 이렇게 높구나 하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때 들었던 해설 한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저렇게 벽이 높지만, 언젠가 저 벽도 우리가 매번 허물고 매번 참가할 때가 올 겁니다.” 대 쿠웨이트 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선전을 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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