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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은행' 또 물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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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은행' 또 물건너간다

입력
200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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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 여부를 놓고 재계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재벌은행’ 탄생이 무산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논란이 돼온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 허용 여부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공식입장을 9일 밝혔다.

보험과 카드사 등을 보유한 재벌기업들은 그 동안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들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이 속속 국내 은행을 인수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빚어지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등을 통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재벌은행 논란은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보험업계의 어슈어뱅크(assure bank) 형식을 통한 은행업 겸업 허용 요청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다.

어슈어뱅크는 보험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두거나 은행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에 대해 4% 이상 의결권을 가질 수 없으며 의결권 없이 매입할 수 있는 한도도 10%로 제한, 사실상 은행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어슈어뱅크는 입출금과 자기앞수표 발행, 직불카드 발행 등만 허용되는 내로우뱅크(narrow bank)와 함께 보험사의 은행업 겸업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 어슈어뱅크가 허용될 경우 보험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는데다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등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은행업을 영위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재벌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물론 은행권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은행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금융연구원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과 이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보험ㆍ증권사에 은행업무를 맡기는 방안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재벌은행이 탄생할 경우 금융의 공익성은 도외시하고 기업 자체 이익에만 봉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격화하자 금감원은 이날 “보험업계가 어슈어뱅킹 허용을 건의한 적은 있으나 여러 고려사항이 많이 현재 검토되고 있지 않다”라는 공식입장을 통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금감원은 “어슈어뱅킹 허용 여부는 재정경제부가 최종 결정할 사항”이라고 여지를 남겼으나,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최근 “산업자본이 금융(은행)을 지배하는 것은 현재로선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당분간 재벌은행 탄생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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