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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에 기증 시카고대 의대 김윤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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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에 기증 시카고대 의대 김윤범 교수

입력
2005.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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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에게 무균돼지를 기증했던 시카고 의대 김윤범(76ㆍ면역학) 교수. 김 교수는 황 교수가 한 강연회에서 “40년간 밤 낮 없는 연구를 통해 길러낸 무균 미니돼지를 기증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운(國運)이었다”고 말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매리어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무균돼지를 황 교수팀 외에도 건국대와 농림부 산하 축산연구소에 분양키로 했다”며 “한국의 장기 이식용 돼지 연구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활기를 띄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방한 목적과 활동은.

“지난달 23일부터 6월3일까지 가천의대 생명과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흘간 총 20시간의 면역학 강의를 했다. 10일에는 강남성모병원의 골수이식 2,500건을 기념해 열리는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에 참가한다. 다음주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무균 동물학회’에 참가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 학회는 내가 43년 전에 출범시키고 학회장을 맡기도 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황 교수가 ‘복제돼지 연구 성과의 절반은 김 교수 몫’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는데.

“한국에서 후진을 양성하려던 꿈을 이루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다행히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많아 한국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10여명 있다. 더 늙어 은퇴하기 전에 조국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들을 통해 누누이 얘기하며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2002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비슷한 연구를 추진 중이던 황 교수를 만났고, 무균돼지 기증이 성사됐다. 운반비는 한국 연구팀이 댔지만 무균돼지에 대한 값은 단 1원도 받지 않았다.”

-수십 년간 진행하던 ‘연구 성과’를 한국에 주는데 대해 미국측이 반발하지 않았나.

“나는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한다. 뉴욕 연구소에 있다 시카고대로 와 1983년부터 무균돼지 연구를 해왔는데, 3년 전 경영진이 바뀌는 등 학교가 큰 변화를 겪으면서 무균돼지 연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동안 키워온 무균돼지를 마땅히 옮길 곳이 없던 차에 내가 한국측에 이를 넘기자는 제안을 해 받아들여졌다.”

-무균돼지 사육장 폐쇄와 관련해 시카고대측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2004년 6월 한국에 무균돼지와 사육시설 등을 옮기던 중 남아있던 동질 유전자 무균돼지 12마리를 모두 처분키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법을 아는 분이 법원에 돼지 도축을 잠시 중단시키는 소송을 제기하면 막을 수 있다고 해 급히 조치를 취했다. 다행히 돼지들을 미네소타대로 옮길 수 있었다. 이 돼지들 가운데 절반 가량을 한국에 기증할 예정이다.”

-무균돼지 연구는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셈인가.

“오늘 서울대 특수생명자원 연구동을 방문했더니 그 동안 내가 준 무균돼지를 70마리까지 번식시켰더라. 미국에서는 국립보건원(NIH)이 7,000만 달러를 투자해 미네소타대에 무균돼지 사육실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사육실 외에도 건국대와 축산연구소가 사육실을 건설할 예정이고, 황 교수가 경기 수원시 영통 연구단지 안에 시설을 짓고 있다. 그 동안 시카고대에서 운영하던 무균돼지 시설을 조금씩 한국으로 옮겨와 건국대에 보관 중이다. 연구는 훌륭한 후진들이 잘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과학자들의 ‘조국’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한국 사람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유난하다. 나는 단지 과학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잘 아는 무균돼지를 조국에 돌려준 것일 뿐이다.”

-황 교수의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는.

“나는 이번 연구에 대한 한국 언론과 국민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 사람은 참 정이 많은 민족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 과학자의 연구에 대해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20일 가까이 이 같은 지지를 보내는 것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월드컵 응원전을 보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수의학자와 의사를 어우르는 대규모 연구진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황 교수는 ‘독보적인 리더(leader)’다. 미국 과학자들은 황 교수팀을 보며 ‘더 이상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부시 정부도 결국 연구를 허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황 교수의 연구가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황 교수는 말도 잘하지 않나.”(웃음)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 무균돼지는

김윤범 교수가 2003년 체세포를 기증, 황 교수가 길러낸 무균돼지는 인체에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인간면역유전자(hDAF)를 보유하고 있다. 몸집도 100㎏ 정도로 비교적 인간과 비슷하다.

김 교수는 무균 상태의 면역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196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73년부터 무균돼지를 길러냈다. 무균돼지는 수많은 교배를 통해 무균 특성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사육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약력

-1958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59~1965년 미국 미네소타대 면역학 박사

-1973~1983년 뉴욕 슬로안-케터링 암 연구소

-1983년~현재 시카고 의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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