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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쾌한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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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불쾌한 법칙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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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법칙은 수시로 바뀌는 자연의 풍경처럼 변덕스러운 경제현상을 오랜 기간 지배해왔다.

그러나 이 법칙은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무도 왜 그런지 설명하지 못한다.’(조셉 스타인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19세기 영국의 부와 소득의 유형을 연구하다가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에서 찾아낸 이 법칙은 부의 불균형을 설명하는데 성경구절처럼 인용된다.

현대 경영학에선 모든 것에 적용되는 만능 이론으로 통한다. 20%의 조직원이 그 조직의 80%의 일을 수행한다거나, 전체 상품 중 20%의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전체 고객의 20%가 전체 매출액의 80%를 기여하며, 20%의 범죄자가 전체 범죄의 80%를 저지른다는 식이다.

■ 이 법칙을 철칙으로 수용해야 하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이 법칙은 어느 나라, 어떤 분야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심화하고 있는 빈부격차, 실업사태, 양극화 현상 등을 보면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저주스러울 정도다.

20%의 국민이 80%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대표되는 80/20법칙은 때로는 90/10법칙으로 발전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중요한 것은 80이나 90이란 숫자가 아니라 이면에 흐르는 자연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 20%의 노력이 20%의 성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진 보통 사람들에겐 쉽게 수긍되지 않지만 이 법칙의 신뢰도는 확고하다. 노력만 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20/20법칙이나 50/50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고정관념에서 깨어날 것을 강조한다. 어떤 결과물의 80%는 소수에 해당하는 20%의 투입물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이해하면 양적 사고에서 질적 사고로 과감히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세상살이를 관통하는 이 법칙을 이해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걸 납득하면서도 세상이 이 법칙에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1ㆍ4분기 가구소득 조사에서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의 18.2배나 되고, 농가소득의 경우(2003년 기준)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20%의 12.3배나 된다는 등의 통계는 정말 불쾌하다. 이 법칙이 비켜가는 예외는 없는가.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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