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째인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잇단 권력형 비리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6일 폭로된 집권 노동자당(WP)의 의원매수 사건은 치명적이다. 지지율이 급락하고 경제지표도 빨간불이 켜져 재선 가능성마저 의심받는 형국이다. 도덕성으로 집권한 정부가 도덕성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의 권력형 비리는 올해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룰라의 비서실장 최측근이 복권사업 허가 대가로 뇌물을 받는 장면이 비디오로 공개되고, 현직 장관이 가짜 보증서로 국영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번 의원매수 스캔들은 5월 우편공사 등 국영기업들의 인사ㆍ납품비리 사건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사건 핵심에 WP와 연정을 구성한 브라질노동당의 로베르토 제퍼슨(왼쪽) 당수가 연루되면서 사건은 룰라를 향해 치달았다.
제퍼슨은 6일 현지 언론에 WP 재정 담당자가 연정과 법안에 협조를 구하면서 매달 ‘할당금’ 12만 달러를 의원들에게 돌렸다고 폭로했다. 올초 룰라에게 이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연정을 구성한 정당들은 계속 돈을 받았으며, 자신의 브라질노동당은 집권 초인 2003년 뇌물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룰라는 물론 일부 각료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WP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추가폭로가 이어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해 룰라에게 이런 사실을 경고했다”다는 야당 소속 마로코니 페릴로 주지사의 증언에 이어 “룰라도 제퍼슨이 주장한 ‘뇌물’을 알고 있었다” 는 WP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랐다. 데이비드 플레이셔 브라질리아대 교수는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문제는 돈의 액수가 의원 세비보다 두 배나 많아 여론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파문이 계속되면 WP의 연정붕괴와 룰라의 내년 재선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룰라의 업무수행 지지도는 6개월 전에 비해 10% 포인트 떨어진 35%로 나타났다.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이 같은 지지도의 최대 이유는 부정부패였다. 룰라는 7일 “비리 연루자는 누구도 보호받을 수 없으며, 부패척결을 위해 필요하면 (자신의) 살을 도려내겠다”며 야당의 진상조사를 수용하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UBS 투자은행은 “이번 스캔들의 끝을 짐작하기 어렵고, 상당기간 쟁점이 될 수 있다”며 경제로의 파급을 우려했다. 상파울루 증권시장의 보베스파 지수는 폭로 첫날인 6일 3.07%, 7일 2.1% 폭락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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