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업을 했다면 ‘SM 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를 넘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중국 상하이 한훈연출공사 임지훈(34) 대표는 2001년 국내에서 회사를 차리려 했지만, 이미 유수의 기업이 너무 많았다. 그는 결국 “문화산업이 초보상태인 중국에 가서 중국의 ‘SM엔터테인먼트’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세계 시장을 향해 뛰어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좀더 크게 성공하기 위해 해외로 나서고 있다.
콜라겐마스크팩 제조 화장품 회사인 ㈜제닉의 유현오(35) 대표도 2001년 사업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미국시장을 향했다. “태평양, LG생활건강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자”는 게 이유다. 그는 “화장품 회사를 다닌 적도 없는 내가 화장품을 만든다니까 국내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기존 브랜드를 상대로 마케팅할 자신도 없었다”며 “서로 잘 모르는 외국이라면 우리 같은 작은 업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도전이 쉽지는 않았다. 한훈연출공사는 중국법상 외국인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릴 수 없어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때문에 임 대표는 어학연수를 했던 상하이희극원 간부를 두달간 매일 찾아가 인사하며 합작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이상한 놈’ 취급을 하더니 결국 합작에 합의했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400여명의 나레이터 모델, 힙합댄서를 배출했고 각종 콘서트, 행사기획 등으로 올해 매출 1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제닉도 부직포를 이용하는 일반 팩과 달리 얼굴에 그대로 흡수되는 콜라겐마스크팩이라는 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유 대표는 2003년 3개월간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미국 전역의 전시회를 쫓아다녔다. 결국 미국 최대 화장품 유통회사인 스파사이언스사와 1,000만달러 상당의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여기서 물꼬가 트였다. 현재 제닉은 미국 대형할인점 월 그린, 타깃, CVS에 납품하는 한국 유일의 화장품 회사다. 해외 유명세에 힘입어 국내 주문도 밀려들어 지난해 매출 15억 달러 중 국내와 해외매출이 각각 절반을 차지했다.
중남미 시장개척 전문 컨설턴트를 꿈꾸며 혈혈단신 남미 시장을 뒤지는 젊은이도 있다. 부산외국어대 스페인어학과를 졸업한 박로하(24)씨는 3월부터 중소기업청의 해외시장개척 요원으로 브라질에 있다. 그는 교민 회사의 MP3플레이어 영업을 맡아 혼자 시장조사, 바이어 섭외, 구매 설득까지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
그는 “브라질은 자원, 기회가 무궁무진해 한국의 기술력이 진출한다면 성공가능성이 높다”며 “너무 먼 곳이라 일반 기업들도 겁을 먹지만 앞으로는 내가 정보를 제공해 한국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은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벤처, 우량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먼저 개척해 세계적으로 더 큰 기업이 되고자 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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