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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광개토공병부대 지뢰제거 연천 현장 르포/ "공포의 지뢰밭, 평화의 텃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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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광개토공병부대 지뢰제거 연천 현장 르포/ "공포의 지뢰밭, 평화의 텃밭으로"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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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발견! 지뢰 발견!”

병사의 한마디에 전 부대원들이 작업을 일시 멈췄고 곧바로 소대장이 달려와 해당지점에 석회가루를 뿌려 위치를 표시했다. 이 병사는 반경 3~4㎙ 지역을 추가 수색한 뒤 지뢰반응이 없자 뒤로 빠졌고 이어 다른 병사들이 강력한 바람을 내뿜는 공압기 호스를 들고 나타났다.

석회가루 위를 향해 수분간 바람을 내뿜자 굉음 속에 흙이 파헤쳐지면서 깊이 10㎝가량의 작은 구멍이 생겨나고 이내 지뢰의 귀퉁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십년간 묻혀있던 지뢰가 발견돼 제거되는 순간이었다.

육군 1군단 광개토공병부대는 4월28일부터 경기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와 백학면 노곡리 및 두일리의 민통선 이남 지역 6만여㎡에 대해 지뢰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내심 싸움’으로 불리는 지뢰작업은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한 상황에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자칫 발견되지 않은 지뢰가 터져 폭발할 수도 있어 작업시간 내내 전 병사들은 숨을 죽이고 탐지기의 반응을 주시한다.

지뢰 제거작업은 연천군과 육군에서 총 9억여원을 들여 11월말까지 대상지역에 매설된 지뢰를 완전 제거한다는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지뢰로 인한 사고는 모두 28건으로 그 중 4명이 목숨을 잃었고 42명이 부상했다.

특히 이 지역은 도로변 마다 ‘지뢰주의지역’이란 표식이 있으나 민통선 조정에 따라 민간인 출입이 허용된 이후 주민과 외지인들의 사고가 잦았다. 이에 육군 측은 300여명의 병력과 굴삭기 공압기 등 37대의 지뢰제거용 중장비를 동원해 지뢰제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은 지뢰매설 지역의 나무를 베어낸 뒤 굴삭기 등을 이용해 잡풀 등을 제거해 맨땅이 드러나도록 사전 작업을 했다. 이후 지뢰 폭발시 파편에 의한 부상을 막기위한 보호의와 일명 ‘발목지뢰’인 M14를 견디기 위해 무릎까지 올라오는 지뢰덧신 등 20㎏에 달하는 보호장구를 착용한 8명의 병사들이 지뢰탐지기를 들고 30여㎙를 일렬로 늘어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지원(22) 상병은 “내가 지뢰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귀중한 인명을 구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치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뢰탐지기는 금속물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이 대부분인 발목지뢰는 좀체 발견되지 않는다. 발목지뢰의 발견은 불도저 같은 이동식 중장비에 1.5㎙길이의 두꺼운 쇠사슬 40여개가 달려있는 MK4의 몫이다.

이 기기는 쇠사슬을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회전시키며 땅을 내리쳐 30㎝의 깊이까지 파헤칠 수 있으며, 매설된 지뢰는 쇠사슬에 의해 그 자리에서 터지게 된다.

이날 탐지병이 지나가기에 앞서 MK4를 동원, 3~4시간 동안 샅샅이 파헤쳤지만 발목지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전7시부터 일몰 때까지 하루동안 발견된 지뢰는 대인용 폭발지뢰 M2A4 1개. 그나마 한 개라도 발견한 날은 운이 좋은 편이다.

40여일이 흐른 현재까지 발견된 지뢰는 총 28개에 불과하다. 한국전쟁 당시와 1960년대 초반 대북경계를 위해 매설된 대인용 폭발 지뢰 M2A4와 발목지뢰 M14 10발, 대전차용 지뢰 M7A2가 16발 발견됐고 불발된 포탄 및 실탄 등도 작업도중 450여 개가 수거됐다. 수거된 지뢰는 폭발물처리반(EOD)에 의해 안전장소에서 폭파된다.

공병대대 박영준(43) 중령은 “지뢰제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전에 있기 때문에 지뢰가 더 이상 없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많게는 10여 번에 이르는 재확인 과정을 거듭하고 있다”며 “앞으로 2009년까지 백학면 전동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지뢰 제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사람의 희생자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각오다.

연천=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 민통선 이남 7개읍·면 56만평 2009년까지 지뢰 안전지대로

합동참모본부는 4월부터 민통선 이남 전방지역에 위치한 ‘미확인 지뢰’를 모두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확인 지뢰는 한국전쟁 때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주로 민통선 이내에 매설한 지뢰 가운데 관련기록 유실 등으로 매설지역을 확인할 수 없는 것.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말 그대로 ‘지뢰밭’인 셈이다. 당초 민통선 이북 지역에 위치해 있었으나 민통선이 주민들 요구에 따라 수차례 북상함에 따라 민간인들이 지뢰지대에 노출됐고 사고가 잇따르면서 문제가 됐다.

합참은 지뢰사고 기록 및 주민증언 등에 따라 실사를 벌인 끝에 15곳의 지뢰매설 추정지역을 확인한 뒤 2009년까지 제거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경기 연천군과 강원 철원ㆍ고성군의 7개 읍ㆍ면에 걸친 작업지역의 면적은 56만여평에 이른다.

합참은 2000년 남북 합의에 다라 경의선 및 동해선 복원공사를 위한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거 작업을 벌인 바 있으며, 2001년부터는 후방지역의 방공기지 주변에 매설된 대인지뢰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여름철 장마나 태풍 뒤에 종종 매설지뢰들이 유실됨에 따라 제거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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