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으로 화려한 현대문명을 만들어낸 화석에너지 시대의 종말이 예고되고 있다. 전세계 매장 석유량은 향후 40년간 인류가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되지만 채굴가능성을 따지면 그 보다 훨씬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년 내 에너지수급 불균형, 50년 내 화석에너지 고갈’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이 긴급한 상황이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총아는 바로 수소다. 정부는 2020년에 수소의 대량생산이 이뤄지고, 2040년에는 에너지 기반이 모두 수소로 바뀌는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원자기호 ‘H’로 원자번호 1번, 원자량 1.00794에 불과한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인 이유는 산소와 결합해 쉽게 불이 붙기 때문이다. 수소는 지구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물(H20)을 분해해 생성되고, 연소 이후 다시 물로 돌아갈 정도로 고갈되지 않는 원료다. 수소경제시대는 사실상 ‘물로 가는 자동차’, ‘물로 만들어낸 전기’ 시대인 것이다. 또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와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라는 점도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올해부터 정부차원의 수소에너지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상반기 내에 ‘수소 경제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연료전지자동차, 발전용연로전지 개발 등에 집중하고 2007년까지 ▦수소 충전소(3곳) ▦연료전지 발전소(1곳) ▦가정용 연료 전지를 활용한 미래용 효율주택(1곳) 등을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수소경제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수소의 대량생산 기술개발이 핵심이다. 현재는 물 분해에 드는 비용이 너무나 커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2003년 과학기술부에 설치된 ‘고효율 수소에너지 제조ㆍ저장ㆍ이용 기술개발사업단’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생산 방법을 연구중이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원자로를 이용한 물 열분해 방식을 찾고 있다. 폭발성이 큰 수소의 저장방식도 난제다. 그러나 얼마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흔 교수팀은 세계최초로 얼음에 수소를 저장하는 원리를 발견, 저장장치 제작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수소 외에도 전세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미래 에너지원은 태양열,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ㆍ재생에너지다. 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고갈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9위로 2008년부터 교토의정서에 의한 규제대상이 되는 우리나라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2.28% 수준인 신ㆍ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2011년에는 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2011년까지 태양광 발전에 1조 5,000억원을 투입,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올 3월 사무용 건물인 여민3관에 15Kw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에너지 개발 의지를 과시했다. 또 올해 경북 영덕에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설치한 데 이어 강원 태백, 양양에도 발전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밖에 콩, 쌀겨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만든 ‘바이오 디젤’이 내년부터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등 바이오에너지 시대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해저 땅속에 고체형태로 얼어있는 천연가스)도 주목할 만한 미래 에너지원이다. 독도 인근에 6억톤(가치환산 시 150조원 상당) 가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채굴기술만 갖추면 우리나라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30년 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 연료전지, 차세대 꿈의 산업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곳은 연료전지 분야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에너지 또는 열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다. 수소가 석탄이라면, 연료전지는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화력발전소로 비유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순수 수소를 원료로 하기도 하지만 천연가스, 메탄올, 가솔린에서 수소를 발생시켜 연료로 사용한다. 에너지 효율도 50% 이상이어서 기존 내연기관의 25% 수준보다 월등히 높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유해가스 배출도 아주 적은 청정 고효율 발전시스템인 것이다. 연료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소를 만들 수도 있지만, 모듈화해 일반 건물 내에 설치하거나 가정용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 자동차에도 설치할 수 있고 더 작게는 노트북, 휴대폰 배터리에까지 사용될 수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건전지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충전이 필요 없다는 차이가 있다.
2030년이면 수소연료전지 시장이 연간 1,5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수소 생산-저장-운송-연료전지 교체 수요까지 포함하면 시장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연료전지는 다른 산업의 발전과 매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1970년대 중화학산업, 80년대 자동차산업과 같은 미래의 수종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1999년부터 연구에 착수했으며 2007년 연료전지를 탑재한 노트북 시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노트북용 연료전지를 개발한 GS칼텍스의 자회사 세티는 최근 회사명을 아예 ‘GS퓨얼셀(fuel cell)’로 바꿔 전문회사로 커가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올해 계열사를 모두 합쳐 총 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2008년까지 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고주희기자
■ 미래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달리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공상과학소설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앞차의 위치를 파악해 차간거리를 유지시키고 전방 차량과의 충돌이 예상될 경우 브레이크 등을 통해 충돌을 미리 막아주는 시스템, 차선 이탈과 후시경에 보이지 않는 사각(死角) 지역의 위험물을 알려주며 주차 공간을 운전자가 지정하면 필요한 궤적을 계산해 자동 주차를 해 주는 시스템 등은 이미 일본 업체들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에 의해 개발됐다. 하지만 상용화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에서 일반인이
경험할 첫 미래 자동차의 모습은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와 수소 연료전지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는 휘발유(또는 경유)와 전기, 즉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로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차다. 현대자동차는 1995년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FGV-1’를 선보인 뒤 99년 아반떼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이어 지난해 10월 클릭 하이브리드 전기차 50대를 환경부에 공급했다. 현대차는 현재 베르나 후속 MC(개발 프로제트명)의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350대 가량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수소 연료전지차로 가는 과도기 차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차는 무공해 자원인 수소와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자동차로 물 이외에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무공해 자동차다. 현대차는 3월 청와대에서 투싼 연료전지차 시승행사도 가졌다.
수소를 한번 충전시키면 300㎞까지 달릴 수 있고 시속 150㎞도 낼 수 있다. 이 차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및 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에도 포함돼 앞으로 5년간 미국 전역에서 시범 운행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수소 연료전지차 기술을 확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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