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ㆍ고령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난 지도 2년여가 지났다. 2003년 초 통계청에서 우리나라의 2002년도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평균 자녀 수)이 일본보다 낮은 1.17명으로 발표하면서 사회는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최근 대도시 출산율이 1.0명까지 낮아진 것을 보면 앞으로 적절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국 평균 출산율(2003년: 1.19명)은 더 떨어질 것 같다. 정부에서는 관련기구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 동안 고령사회 종합대책,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육아지원정책 등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했으며, 저출산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정부 노력이 성공하려면 개인의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젊은 부부에게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세 가지로 답하고 있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곳이 없어요.”,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양육하기 너무 힘들어요.”라고. 마치 저출산 원인이 사회에 있고, 사회 지원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안전하고 경제적인 부담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고, 공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주고, 직장 다니는데 부담 없다면 출산을 염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회의 출산지원정책만으로 저출산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한마디로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전적으로 양육과 교육을 책임질 재정 능력도 없고, 책임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자녀를 갖는 것은 부모가 되는 인생의 가치와 자녀에게서 받는 기쁨과 보람을 얻기 때문이므로 자녀 양육과 교육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다만 훌륭한 사회 성원을 기르기 위하여 부모가 지고 있는 양육과 교육의 무거운 부담을 덜기 위한 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2003년 여성부 조사에 따르면 미혼 여성의 29.6%가 결혼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이유로 ‘내 일에 더 열중하기 위해’(26.2%)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24.4%)으로 순이었고, 경제적 이유는 20.1%에 불과했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 있는 부인 중 44.9%가 ‘자녀를 반드시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1991년 조사에서 이렇게 대답한 여성은 8.5%에 불과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지 더 이상 주어진 의무나 책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가치관 변화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가족 내 출산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자녀 출산과 양육이 개인 행복의 원천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 결혼과 출산이 늘고, 저출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형성과 출산은 단순히 경제적 비용이나 경제활동참가와 비교해 결정할 대상이 아니다. 고귀한 부부의 사랑과 사랑이 넘치는 삶을 경제 잣대로 측정할 수는 없다. 배우자가 있을 때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와 개인이 일생 받는 충격 중 가장 큰 것이 배우자 사망이라는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이 개인의 행복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긍정적인 가치관 형성은 사회 노력이 함께할 때 빠르게 이루어진다. 사회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개인의 출산 양육 교육 등의 부담을 줄여 줌으로써 출산 환경을 조성해 개인 출산을 돕는 것이다. 출산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 노력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투자’라면 개인 노력을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나’와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가치관이 형성된다면 개인은 행복한 가족형성과 가족관계 유지로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는 가족 안정과 출산수준 상승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에서 오는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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