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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 격동의 동북아…한국의 진로는 - 찰머스 존슨 박사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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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1주년 특집/ 격동의 동북아…한국의 진로는 - 찰머스 존슨 박사에게 듣는다

입력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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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아시아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경제ㆍ안보 지형이 변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영토 분쟁, 역사 논쟁 등 민족주의가 분출하는 이면에 패권의 그림자도 엿보인다. 경제적 협력과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한국이 추구할 길은 무엇일까. 동북아 연구 분야의 대가인 찰머스 존슨 일본정책연구소장을 만나 해법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부근 카디프시의 존슨 박사 자택에서 진행됐다.

편집자주

-동북아의 안보 환경에서 우리가 읽어야 변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동아시아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힘찬 통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위험한 흐름이다. 미국은 시대착오적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 아직도 7함대와 순항미사일 같은 군사력으로 동북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중국을 위협으로 보는 네오콘의 태도가 어리석기 짝이 없다. 나는 부유하고 부르주아적인 중국이 세계의 위협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을 미국의 세계적 패권을 위협하는 군사적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약해지고 그리 오래 갈 것 같지 않은데도 말이다. 여기에 미국은 일본에 재무장과 헌법개정을 강요하는 실수를 하고 있다.

북한은 실패한 공산주의 정권이다. 엄청난 압박을 앞에 두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북한은 ‘악의 축’으로 선언되는 위협 앞에서 스스로 핵 보유국이 됨으로써 억지력을 갖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그들로서는 정확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 지역의 위험 요소는 중국이나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다.”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열강이 세력 각축을 벌이던 19세기 말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 아닌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우리는 독일과 일본, 볼셰비키 혁명 후의 러시아에서 새로운 힘의 출현을 보았다. 당시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기존 세력이 신흥세력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적응에 실패했다. 그 결과는 인류가 치렀던 가장 끔찍한 전쟁이었다. 이제 우리의 의문은 중국과 인도라는 새로운 힘의 출현을 보고 있는 21세기에도 과거 역사의 반복을 피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경제력이다. 우리는 쇠퇴하는 세력 미국과 일본의 협력에 대항하는 상승하는 힘 중국과 인도 유럽연합(EU)의 협력을 목격하고 있다. 구세력은 신세력과 경제적으로 대결하는 데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를 모르고 군사력의 우위를 확보하는 데 매달리고 있다.

새로운 질서는 평화를 바라고 있다. 중국인들은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물질을 추구하는 국민이 됐다. 한국은 이런 질서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미국은 계속 구질서에 머물고 있다.”

-중국이 경제적 부를 얻고 나면 군사적 헤게모니를 쥐려고 하지 않겠나.

“그렇다. 확실히 중국은 동아시아의 패권으로 부상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중국이 지역의 월등한 지위를 인정 받고 싶어한다면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이 군사적 지배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곧 재앙을 의미한다. 그들이 그런 지위를 얻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또 중국의 패권은 궁극적으로 인도와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이 이미 패권의 길을 밟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이는 중국의 부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당신의 견해에 쉽게 동조할 수 없게 한다.

“옳은 지적이다. 중국은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그것을 민족주의로 대체했다. 고구려가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했다는 것은 확립된 역사적 사실이다. 그 점에서 중국의 움직임에 한국이 경고하고 나선 것은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중국이 역사적 사실에 개입하는 이유는 국내의 민족주의가 미래의 골칫거리가 될 것임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역사왜곡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은 19세기, 20세기 동아시아에서의 제국주의적 침략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중국 역사 왜곡을 분리해서 생각하라는 것인가.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잘못된 것은 역사 왜곡이 과거 역사를 약간 수정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동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해 서구 제국주의와 싸웠고 아시아 르네상스를 추구했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그들이 제국주의 대열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일본은 난징(南京) 학살이며 군대 위안부, 畸뮌?강제 징용 등 과거의 역사까지 부정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지금 부시 정부에 고무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보고 있다. 워싱턴의 지도자들은 일본 군국주의가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 헌법 9조를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직설적으로 비난하는 것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중 관계의 중요한 이슈는 역사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핵무기를 가진 한국이 미국의 군사적 동맹으로 남아 있어도 중국이 통일된 한국을 원할 것이냐는 점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이상적인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그것은 분단된 한국 양쪽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은 고구려 역사 문제 등에 좀 더 신중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고대의 역사이다. 나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보다는 역사가에게 맡겨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 이 문제에 과잉 대응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화를 내고 젊은이들에게 깃발을 들게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이 재무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아무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미국이 중무장한 일본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과잉 산개해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을 중국의 견제세력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견이다. 인구는 줄고 경제력이 쇠락하는 일본이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겠는가.”

당신은 저서‘역풍’에서 한국과 일본을 부유한 미국의 위성이라고 했다. 지금 두 위성 중 유독 일본이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난 일본이 왜 미국을 따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그들에게 불리하게 여기고 있는가. 일본 경제의 유일한 생기가 중국에서 오는 데도 말이다. 일본은 싫든 좋든 동아시아의 일원이다. 그들은 아마도 단 한가지 이유 때문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실패할 것이다. 어느 나라도 미국에 한 표를 보태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사일 방어(MD) 협력 체제 구축에서 보듯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협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미사일 방어는 과학적 허구이다. 러시아의 핵 물리학자 사하로프 박사는 이미 1980년대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더 많은 미사일로 압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이것을 이해한다. 북한 핵은 미사일 방어 구축에 좋은 구실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핵 미사일을 사용하고 나면 다음 차례는 그들이 사라지고 만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사일 방어를 얘기하는 것은 극히 비이성적이지만 미쓰비시나 스미토모에게는 수지맞는 일이다. 일본은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지 못하겠지만 준비를 구실로 첨단 군사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

-중국에 대항하는 미ㆍ일 동맹 체제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위기 방지의 대안으로 동북아공동체,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은 로마 제국의 역할을 즐기고 있다. 그럴 여력이 없는데도 말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의 목표는 중국을 제어할 조직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돼야 한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되며 이웃과 협력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잠재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크다. 그러나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미국을 배제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현실적인 힘이다. 미국을 배제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미국은 스스로 슈퍼 파워라고 주장한다. 로마 제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마가 제국이었을 때에도 모든 나라들이 로마를 상처 내려고 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게 세상이다. 부시 정부는 너무 불안정해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가 아니면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이건 민주주의 체제가 아니다. 무너지는 제국의 징조일 뿐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골치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역에서 신뢰 받지 못한 채 미래를 미국에 묶어 두고 있다. 그것은 위험하다. 미국은 중동 정치에서 실패하고 있고 재정상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은 미국이 강력한 대영제국처럼 보이기 시작할 때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지 못하고 있다. ”

-미국 경제가 쓰러지면 중국도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닌가. 오히려 세계 경제 붕괴의 싹은 중국에서 자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일본과는 달리 거대한 국내 시장을 갖고 있다. 중국은 그 자체로 살아갈 수 있다. 고무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협력의 신호가 싹트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남아메리카 시장에서도 기술적으로 협력을 넓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한국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일 동맹의 중국 견제 구도에 한국이 휘말리지 않겠다는 속뜻이 공감을 얻고도 있지만 미국과 거리를 두는 논리로 비쳐지면서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통일 한국의 역할을 상정할 때 현실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것은 북한의 붕괴로 찾아 올 것이다. 북한은 남한과 통합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사실상 없다.

물론 균형적 파워로서 한국의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통일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제칠지도 모른다. 일본은 이미 늙은 스위스이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같은 이상적인 영감이 없다. 소프트 파워의 이런 측면은 생산성의 하드 파워만큼 중요하다.

한국의 보수세력이 노 대통령이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느낀다면 나는 그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동시에 노 대통령은 아주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과거의 한국 지도자들은 워싱턴의 추종자인 것처럼 말해왔지만 그는 다른 식으로 말하고 있다.”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 중국과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보다 단호하게 미국 편을 들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 패권 유지의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통일 한국이 도래할 수 있음을 기대하면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북한은 한국과의 통일 없이는 궁극적으로 생존력이 없다. 한국의 통일은 동북아 안정의 힘이 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화해 협력의 정책을 펴면서 경제적으로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 계속 경제 혁신을 하고 교육 시스템에 돈을 투자해야 하며 디자인과 신상품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줄기세포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보다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한국의 시급한 과제다.”

-미국과의 군사적 동맹의 이완은 한국의 안보 불안뿐 아니라 경제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한국의 보수세력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만큼 그렇게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아시아가 미국 시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은 동아시아 시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미국 경제의 파탄 가능성이다.

한국의 경제는 자본에만 의지한 시스템이 아니며 한국인들은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미국이 한국 경제를 고립시키려 한다면 거대한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미국은 세계 미군 재편의 일환으로 일부 주한미군을 한반도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안보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현존 관계를 바꾸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변화는 일어난다. 미국은 한국인들을 이라크 전쟁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일부 군대를 철수함으로써 앙갚음을 했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멈췄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유지했던 시절이 얼마나 즐거웠나를 얘기하는 것 대신에 제 갈 길을 준비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및 동북 아시아의 안정을 해치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

“다시 말하지만 북한은 실패한 공산 정권이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파국을 면할 때까지 다른 세계에 대한 억지력을 갖겠다는 것이다. ”

-북한은 결국 핵을 가질 것이라는 얘긴데.

“그렇다. 북한은 이란처럼 핵 강대국이 될 것이다. 그들은 잠재적으로 핵 강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핵을 보유하기로 확고하게 결심한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이 좀 더 현실적으로 나오면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은 실패해서 비틀거리는 경제를 갖고 있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구석에 몰린 쥐처럼 행동하고 있다. 승자, 즉 한국과 미국의 편에서 관대함이 요구된다. 서울의 정부는 아량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가 계승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의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당근을 주어야 한다. 그들을 인정하고 대사를 교환하고 석유와 식량을 제공한 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지켜보자. 나는 그런 것들이 반드시 김정일 정권에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없는가.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오는 게 아니다. 중국이 지원을 끊는다면 북한은 붕괴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이해는 분단된 한국에 있다. 중국은 북한이 생존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통일을 이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사이에서 진정한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통일 한국은 동북아의 세력 구도를 유置求?균형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전쟁이후 한반도의 여러 세력 사이에서 미국이 해왔던 역할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정책이 지금처럼 북한을 끝없이 모욕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통일은 궁극적으로 한국 쪽으로 진행된다. 한국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나 많고 25배나 부유하다.”

■ 찰머스 존슨 박사는 누구인가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낸 찰머스 존슨(74) 박사는 지금 ‘니메시스(Nemesisㆍ복수의 여신)’를 집필 중이다. 미국 군국주의의 본질과 패권의 흥망을 천착해온 평생 연구를 화룡점정하는 작업이다.

그는 이미 1999년 발간한 ‘블로우백(Blowbackㆍ역류):미 제국의 비용과 결과 ’에서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 개입주의의 역작용을 경고했다. 비밀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의미하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용어를 딴 이 책에 대한 발간 당시의 미국 내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9ㆍ11 테러로 역풍이 현실화하면서 그의 분석 틀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존슨 박사는 ‘블로우백’의 속편 격인 ‘제국의 슬픔: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2004년 발간)에서 해외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어떻게 각국의 주권은 물론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까지 짓밟고 있는지를 고발했다.

올해 말 완성 목표인 ‘니메시스’는 반세기 동안 전개된 미국의 군사주의에 대한 보복을 구체적으로 파헤칠 예정이다. 제국주의적 팽창 정책을 펴온 미국에 대한 고발장 제3탄이자 완성편인 셈이다.

미국인이면서 미국 비판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미 제국주의의 비극에 대한 경종을 하루라도 늦게 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과 태평양의 훈풍을 머금은 ‘카디프 바이더시(Cardiff by the sea)’시 언덕에 자리잡은 자택은 노학자의 쉼터이자 연구실이다. 이 곳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존슨 박사는 1962년부터 30년 동안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면서 아시아 문제와 미국의 외교정책 연구에 몰두해왔다. 버클리 시절엔 중국학 연구소장을 역임했고 1976년에는 전미 학술원 회원으로 뽑혔다. 1992년 학교는 은퇴했지만 신문, 학술지 기고와 집필 활동을 게을리 않는 현역이다.

1953년 한국전쟁 당시 미 해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일본과 한국을 접한 경험은 그의 학문의 토양이 됐다. 15권의 저술과 수많은 기고문의 대부분은 중국의 공산혁명에서부터 일본 경제관료와 일본 성장에 대한 해부, 오키나와(沖繩) 미군 기지에 대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1994년 스티븐 클레몬스 등과 함께 일본의 역할과 아태 지역의 국제 관계에 대한 인식을 촉진하기 위해 일본정책연구소를 설립, 지금까지 소장을 맡고 있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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