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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여성 판타지 드라마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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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여성 판타지 드라마 '바람'

입력
2005.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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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이와 삼순이가 MBC를 살린다.’

시청률 30%에 근접한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와 2회 방영 만에 19.8%(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올린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탄력을 받고있는 MBC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명제는 ‘여성 판타지가 MBC 드라마를 살리고 있다’로 정정해야 한다.

애 딸린 20대 초반의 과부 금순(한혜진)과 의사인 재희(강지환)의 사랑을 그린 ‘굳세어라 금순아’와, 뚱뚱한 노처녀 삼순(김선아)과 준(準)재벌 2세로 레스토랑 사장이자 연하남인 진헌(현빈)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내 이름은 김삼순’은 철저하게 여성의 환상에 기댄 드라마다. 노처녀 순진(장서희)과 바람둥이 재벌 2세 새한(전광렬)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MBC 주말 드라마 ‘사랑찬가’도 마찬가지.

MBC 만 평범한 여성들이 현실에서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성공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이야기로 달콤한 대리 만족감을 선물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요리사 은재(한채영)와 재벌 3세 이준(조현재)의 사랑 이야기인 SBS 주말드라마 ‘온리 유’도, 노처녀들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KBS 2TV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도 여성 판타지를 핑크 빛으로 채색하고 있다.

브라운관에 넘쳐 나고 있는 여성 판타지 드라마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고답적으로 복제해 시청자들의 권태를 조장하는 대신, 이야기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정교하고 세련된 전략을 구사한다. 왕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데렐라 스토리’로 대표됐던 여성 판타지는 21세기를 몸으로 부딪혀가며 살고 있는 ‘삼순이’의 눈으로 바라본 왕자의 이야기로 변신 중이다.

‘삼순’ ‘금순’ ‘순진’ ‘미자’(‘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여주인공), SBS ‘온리 유’를 제외하곤 한결 같이 촌스러운 여성 주인공의 이름이 그 첫 번째 단서다. 그간 숱한 ‘신데렐라 드라마’에서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 처한 ‘팥쥐’ 신세임에도 좀처럼 자신의 계급을 드러내지 않았던 여성 주인공들은 이름에 걸맞게 일상성을 회복함으로써 ‘추상’에 머무는 수준이었던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조실부모하고, 할머니 손에 큰 ‘금순이’는 녹즙 외판에 나서는가 하면 보조 미용사로 직업전선에 뛰어들고, 방앗간 집 셋째 딸로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적금 부을 일이 걱정인 ‘삼순이’는 만취한 다음날 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달랜다. ‘은재’는 시장 통 식당에서 억척스럽게 일하고 ‘순진’은 웨이트리스로서 서빙 연습에 열심이다.

세밀하게 제시된 사실성에 대한 증거물들은 여성 판타지에 시청자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유인장치다. 이들 작품의 주 무대가 멋진 ‘실장님’이 으레 등장하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다 사적이고, 레스토랑과 미용실 혹은 방송국으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사 내에서 왕자님의 도움으로 악녀의 방해를 물리치는 과정보다는 전문 기능직인 요리사와 미용사로서 성공하며 사랑을 쌓아가는 절차를 밟는 편이 동감을 얻어내는데 한결 유리하다.

여성 판타지 드라마는 ‘실감나는 신데렐라 이야기’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남성에 대한 여성의 은밀하고 관음적 시선을 쫓아 감으로써 완성된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포장마차 여주인이 진헌과의 합석을 거부하는 삼순에게 “이렇게 어리고 예쁜 애인 두고 뭣 하는 짓이야”라고 내뱉는 장면이나,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미자가 연하남인 지PD(지현우)를 두고 끊임없는 공상에 빠지는 장면들이 그 증거물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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