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과 날로 상권이 피폐화하는 재래시장의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진입제한ㆍ사업전환ㆍ퇴출 등의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던 정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모두 폐기될 지경에 처했다.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6개 부처의 도움을 받아 4개월 동안 만든 ‘5ㆍ31 자영업 대책’, 재정경제부 및 중소기업청이 시장 현대화를 꾀한다며 내놓은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이 당사자들의 거센 저항과 여당의 반발로 인해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이해찬 총리는 “(독일의 예에서 보듯)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수많은 자영업자가 있는 만큼 시행 속도는 현실성 있게 검토해야할 것”이라고 말하는 선에서 이 파문을 정리할 모양이다. 하지만 일주일전 대책이 나왔을 때 우리는 이미 규제와 지원을 적당히 얼버무린 탁상행정의 실효성과 후유증을 지적한 바 있다.
시장과잉의 원인과 배경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자격증이나 총량제라는 진입장벽을 쌓는 반면 정체와 기준도 애매한 전업 컨설팅과 금융지원을 당근으로 제시한 것은, 또다른 기득권과 편법을 조장해 이른바 ‘역의 선택’이라고 불리는 시장 실패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것이 자영업문제 해결의 로드맵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다. 일하는 빈곤층 지원책, 신용불량자 구제대책,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 등 그 동안 나온 크고 작은 계층통합 프로그램의 하나일 뿐이어서 성과 평가나 소요재원 등은 따지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어떤 여당의원은 “의지는 있으나 능력이 못따라 간다”고 말을 비틀었지만 240만여명의 자영업주를 포함한 700만명이 종사하는 복잡다단한 업종의 해법을 변변한 당정협의 없이 내놓았다가 허겁지겁 집어넣는 모습은 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처음보다 늘 끝을 잡고 씨름하는 전도(顚倒)된 과시행정은 정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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