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입에서 나오면 다 말인줄 아는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입에서 나오면 다 말인줄 아는가

입력
2005.06.07 00:00
0 0

이날까지 살아오며 어떤 사람이 몹시 싫었던 적은 있지만, 아직 그 어떤 사람에게도 역겨움과 혐오스러움을 동시에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한 정당의 대변인이 “다음 대통령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며 저렇게 단 한마디의 말로 역겨움과 혐오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학력 지상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한 것에 콤플렉스를 지니고, 배운 사람들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변명은 앞의 말보다 뜻이 더욱 사악하다.

그 말속엔 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음험함이 숨어 있다. 독사의 입 속처럼 표독스러운 저 말은 대통령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시절 집안이 가난해, 또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기 학업을 포기한 사람들의 아픔과 숭고한 희생까지 ‘콤플렉스’와 ‘적개심’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사람들, 모두 대학 나온 지지자들과 대학 나온 대표를 두어서 참 기쁘고 흐뭇하겠다. 그래서 저런 세모 입의 말을 해도 그대로 두고 다들 오히려 그 말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가요, 박근혜 대표님?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