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까지 살아오며 어떤 사람이 몹시 싫었던 적은 있지만, 아직 그 어떤 사람에게도 역겨움과 혐오스러움을 동시에 느껴보지 못했다.
그런데 한 정당의 대변인이 “다음 대통령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보며 저렇게 단 한마디의 말로 역겨움과 혐오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학력 지상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한 것에 콤플렉스를 지니고, 배운 사람들에 적개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변명은 앞의 말보다 뜻이 더욱 사악하다.
그 말속엔 한 사람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음험함이 숨어 있다. 독사의 입 속처럼 표독스러운 저 말은 대통령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시절 집안이 가난해, 또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기 학업을 포기한 사람들의 아픔과 숭고한 희생까지 ‘콤플렉스’와 ‘적개심’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사람들, 모두 대학 나온 지지자들과 대학 나온 대표를 두어서 참 기쁘고 흐뭇하겠다. 그래서 저런 세모 입의 말을 해도 그대로 두고 다들 오히려 그 말을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가요, 박근혜 대표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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