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시험 준비자들에게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국가유공자와 그 자녀들이다. 보통 수백대 1의 경쟁으로 인해 1, 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만점의 10%를 가산점으로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직렬별 공채나 소수인원을 선발하는 기술직에서는 국가유공자들이 싹쓸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르면 하반기부터 가산점 합격자 비율이 선발인원의 30%로 제한됨으로써 일반 응시생들의 취업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1961년 ‘군사원호대상자 임용법 및 고용법’에 따라 실시돼온 가산점 제도가 44년만에 손질된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과 보훈처는 당정협의를 통해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인원이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법’개정안을 마련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특정분야의 경우 일반응시자의 공무담임권이 극히 제한될 우려가 있어 올해 초부터 제도개선을 검토한 결과 합격자 비율을 30%로 제한하기로 했다”면서 “6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7월 공고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며, 공포 이후 공고된 시험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현재 가산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전몰순직 무공수훈자 등 국가유공자, 5ㆍ18민주유공자, 고엽제 피해자를 포함해 33만여 가구의 150만명 정도. 이들은 6급이하 공무원시험, 정부산하기관, 공기업 채용시험을 비롯, 지난해부터는 교원임용시험에서도 10% 가산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7급 검찰사무직 공채에 합격한 10명 전원, 2004년 국회 8급 사무직에 채용된 18명중 13명(72.2%)이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받은 합격자로 채워졌다.
이러한 가산점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01년에는 검찰사무직 응시자가 위헌소송을 낸 데 이어 올해 초에는 교원임용시험 탈락자가 교육감 등을 상대로 ‘임용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산점 제도가 헌법으로 보장된 일반 국민의 평등권, 공무담임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위헌법률로써 무효이며 이를 근거로 한 불합격 처분 역시 위법이라는 것. 또한 최근 일부 수험생을 중심으로 ‘유공자 가산점 폐지’ 카페가 생기는 등 유공자 가산점 제도에 대한 수험생들의 반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는 가산점제도가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2001년 제기된 위헌소송에서 “일부 직렬에서 가산점에 따른 합격자가 과다하다고 해서 가산점제도가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관련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점차 국가유공자들의 예우가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몰군경유족회 관계자는 “유공자들이 한 직렬을 독식하는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합격자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10% 가산점을 줄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족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으며 가산점 대상자가 150만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혜택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환 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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