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부동산발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6월13일자)에서 미국의 ‘부동산 파티’를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타임은 부동산 열기를 1990년대 닷컴 열풍에 비교했다.
전미 부동산중개업 협회(NAR)에 따르면, 4월 주택가격(중간값)은 20만 6,000달러로 전년에 비해 15%, 5년 전보다 55% 급등했다.
5년전 관례대로 모기지(주택구임자금 대출)로 선금 20%(3만달러)를 주고 15만달러에 집을 샀다면 최소 수익률은 275%가 된다. 지역별로 수도 워싱턴(108%), 캘리포니아(103%) 로드 아일랜드(97%) 네바다(84%) 하와이(83%) 플로리다(80%)의 주택가는 5년간 2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금까지 주택가격 상승은 미 경제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란 긍정적 분석이 우세했다. 미 경제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고, 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거품론자들은 최근 주택가 상승은 저금리, 군중심리, 투기, 끝없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 등이 어우러진 결과이지, 펀더멘탈(실질가치) 상승에 따른 결과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UCLA의 에드워드 리머 소장은 “해안지역 일부 부동산은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도 “몇몇 대도시는 분명히 거품징후를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2000년 5000선을 돌파한 나스닥은 그가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말한 뒤 폭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NAR 데이비드 레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을 ‘닷컴이 차기 GE가 된다’는 식의 기술주 거품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는 “종이조각에 불과한 주식과 달리 주택가 상승은 외국인ㆍ이민자들의 수요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별장수요 등에 근거한다”며 펀더멘탈을 강조했다.
타임은 어느 한쪽 주장을 편들진 않았지만, 주택가 폭락이 가져올 파장은 기술거품 붕괴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우려했다. 주택가를 상승시킨 요인들이 악재로 작용하면 부의 효과의 정반대로 파장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만약 금리가 1%만 올라도 지난해 모기지 대출 7조5,000억 달러에 비춰 소비자들은 연간 750억 달러의 추가부담이 생긴다.
이 경우 부동산급락이 매물증가로 가격의 추가하락을 부르고 이는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1,860억 달러를 운용하는 캘리포니아주 연금기금은 보유중인 부동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도 1일 뉴욕 맨해튼의 시가 18억 달러하는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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