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인가, 피고인의 방어권이 우선인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가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신문하지 않고 비디오 중계를 통해 신문하도록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변협은 6일 “성폭력 피해자의 직접 신문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피해자 비디오 중계 신문을 의무화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피해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비디오 중계를 통해 신문해야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대면해 진술의 모순점을 밝히고, 사실관계와 다른 증언을 추궁하는 등 방어권 역시 헌법상 보장돼야 할 당연한 권리”라며 “이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해 충분히 보장해야 할 피고인의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재판부나 변호인의 입장에서도 증인이 증언하는 태도와 기색 등 종합적인 상황을 보고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직접 신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현행 성폭력 처벌법과 형사소송법으로도 재판장의 판단에 따라 중계 장치를 통한 피해자 신문이나 비공개 재판이 가능하다”며 “이를 모든 사건에 확대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변협은 성폭력 피해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 조사 시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을 의무화한 조항에 대해서도 “오히려 가족 등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허위로 진술할 우려가 있다”며 “동석자가 행동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 조사장면을 촬영한 뒤 재판과정에서 진술자 본인이나 동석자가 인정할 경우 녹화물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무시돼서는 곤란하다”며 “피해자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술할 수 없다고 인정될 만한 특수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여성단체는 “자신을 폭행한 피고인 면전에서 피해상황을 다시 진술하도록 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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