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가 칼럼/ 대학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가 칼럼/ 대학생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입력
2005.06.06 00:00
0 0

사범대가 이번 기말고사부터 일부 지정 과목에 한해 무감독 시험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자체 평가를 통해 2학기부터 점진적으로 다른 학부에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이다. 과연 이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지, 열심히 하지 않고도 부정행위를 통해 좋은 성적을 얻는 건 아닌지 등 의견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스스로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자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즉 대학생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불어인 Noble(귀족)과 Obliger(준수하다)의 합성어로서 19세기 초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1764~1830)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귀족에 대해서만 사용되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도덕적ㆍ사회적 책임을 말한다. 즉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와 역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 개념이 차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대학생들의 윤리적, 도덕적 사고와 행동이 현실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반면 대학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목적인 상아탑으로서의 진리탐구는 더 이상 중요한 가치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실용학문보다 순수학문은 취업에 유용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순수 학문 강좌의 폐강 나아가 학문의 존폐 위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제 학문 지향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인 대학가의 지성적 분위기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과거 시대에 존재했던 대학생의 엘리트 의식은 완전히 사라졌고, 지금은 극도의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과열된 학점 경쟁 때문에 짜깁기 리포트와 인터넷 과제 및 논문 대행 서비스 이용과 시험 부정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대학생으로서의 양심이나 윤리의식을 저버린 이들도 적지 않다.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의 혼돈되고 모순된 의식과 행동은 대학 스스로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더 이상 원칙을 지키지 않고 기회주의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대학생을 보면 그 미래를 볼 수 있다.

그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가진 자나 대기업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책임과 사회적인 의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 대학에서도 무감독 시험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