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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김치 설땅 잃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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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김치 설땅 잃어간다

입력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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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장김치가 저가의 중국산 김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대형 할인점에서까지 중국산 포장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포장김치의 규모는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국산 포장김치 시장은 2002년 740억원에서 2003년 920억원으로 20% 이상 성장했다가 지난해 900억원으로 20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1~3월 매출이 1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0억원)에 비해 10% 가량 줄었다. 반면 중국산 김치 수입물량은 2001년 393톤, 2002년 1,051톤, 2003년 2만 8,700톤, 그리고 지난해 7만 2,800톤으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작년 동기(1만 240톤)보다 114.5% 증가한 2만 1,964톤이 수입됐다.

국내 2위 할인점 홈플러스는 지난달 12일부터 전국 33개 매장에서 중국산 김치에 ‘알뜰 포기김치’라는 자체상표(PB)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국산 김치의 40~50% 수준으로 판매 시작 열흘만에 홈플러스 전체 김치 매출액의 8%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 칭다오(靑島)의 ‘유유식품’이라는 현지 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홈플러스는 일단 1만 통을 시범적으로 들여와 판매한 뒤 내주 중 추가수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달말 “대형 할인점에서 중국산 김치를 판매하면 국내 배추ㆍ김치 산업이 붕괴된다”며 판매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홈플러스에 보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국산 포장김치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가 많아 저렴한 가격의 중국산 김치를 들여온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만 농민단체와 여론의 반발이 심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김치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저가 김치의 공세에 고급화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두산은 유산균을 함유해 신선한 맛이 오래가는 ‘종가집 집김치’를 지난달 출시했다. 풀무원은 인공화학조미료(MSG)를 일절 쓰지 않고 100% 국산 해산물과 야채로 버무린 ‘천연양념김치’를 최근 내놓았고, CJ㈜도 조만간 ‘햇김치’의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않은데 중국산 김치가 대거 수입돼 김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저가 공세에 가격으로 맞서기는 어려워 품질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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