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 쓰는 고객인데요. 이 쪽은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인터넷 뱅킹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오후부터 각 은행들은 계좌의 안전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빗발치는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혹시 빠져나간 돈은 없는지 거래내역을 조회하는 사람부터 불편하더라도 다시 창구를 이용해야겠다는 사람까지, 이번 사건의 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은행측 보안프로그램에도 문제는 있었고, 피해고객 역시 보안노력에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귀책사유를 떠나 연인원 2,200만명이 사용하는, 창구거래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보다 더 보편적 금융서비스 채널이 된 인터넷 뱅킹이 ‘도둑’맞은 것은 국가 핵심기관이 해커들에게 농락당한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금융서비스는 그 안전성에 0.1%라도 허점이 있다면 그대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개인금고보다 더 믿을 만해서다. 수익성이나 편리성도 안전성을 압도할 수는 없다. 경제를 움직이는 일차적 지급결제기능을 은행에 부여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불안해서 은행에 돈을 맡기지 못하겠다면, 혹은 인터넷 뱅킹이 못 미더워 모든 거래가 창구나 ATM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면 은행이든 소비자든 감당할 수 없는 코스트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은 곧 국가경제의 재앙이다.
인터넷에서 모바일까지 은행들의 전자금융경쟁은 갈수록 뜨겁다. 하지만 서비스 가짓수를 늘리고 클릭 수를 한 두 단계 줄여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앞으론 은행이 고객에게 인터넷 뱅킹을 권할 때, 창구에서 최소한의 보안요령을 함께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성철 경제과학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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