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임 인선을 놓고 미묘한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초에는 권진호(64)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후임 국정원장으로 유력시됐으나 지금은 권 보좌관 뿐 아니라 정세현(60) 전 통일부장관 등 2~3명이 국정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변화의 징후는 청와대 인사추천회의가 4일 3배수의 국정원장 후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인사추천회의는 2일 권 보좌관만을 국정원장 단수 후보로 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었다.
청와대가 현재 유력한 국정원장 후보로 검토 중인 인사는 권 보좌관과 정 전 장관 등 2인이다. 이 밖에 이상업 국정원 제2차장 등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국정원장 후보를 3배수로 압축, 검증 작업을 벌인 뒤 이르면 9일 국정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청와대가 3배수의 후보를 검토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선택권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인사추천회의에서 3배수의 국정원장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면서 “권 보좌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지만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권 보좌관의 개인적 하자 때문도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당 의견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국정원장 인선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갖춘 중량급 인사가 국정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정세현 전 장관 카드를 천거해왔다.
국정원 1차장과 정보사령관을 지낸 권 보좌관은 정보수집 기능 강화 등을 위한 ‘관리형 국정원장’으로 적합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 통일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 전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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