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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여름엔 왜 흰꽃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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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여름엔 왜 흰꽃이 많을까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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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려라! 꽃나라 / 차윤정 지음. 지성사. 2003.

꽃에 취해 아침마다 뒷동산에 오른다. 굳이 매월당의 시구를 빌리지 않더라도 꽃은 산속의 달력이다. 아니 꽃은 천지의 달력이다. 언젠가부터 아파트 화단의 잡초를 그대로 두더니 들꽃도 지천이다.

그러나 나는 텃밭에 핀 노란 꽃이 배추꽃인지 유채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꽃이 피기 전에는 괭이밥과 토끼풀의 차이도 알지 못한다. 도감이나 백과사전에서 찾아보아도 설명이 난해하다.

단정꽃차례, 산형꽃차례, 삭과 열매 같은 용어는 생소하고 꽃만 가까이 찍은 사진을 보고 무리지어 핀 꽃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열려라! 꽃나라’는 식물나라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인간은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에 감탄하고 즐거워하지만 꽃에게는 그것이 씨앗을 만들어 종을 번식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지구에 아직 식물의 종류가 많지 않았을 때, 소나무나 은행나무 꽃은 꽃잎도 없이 단순했다. 그러다가 나무 종류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꽃이 잘 보이도록 잎의 일부를 꽃잎으로 만들었는데 그 선두가 목련이다. 그 후 꽃은 꽃가루를 운반해줄 곤충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모양으로 발전했다.

목련이나 벚꽃처럼 꽃잎이 하나하나 나뉘어 있는 갈래꽃이 등장하더니 이어 곤충이 쉽게 빠져 나가는 갈래꽃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꽃잎의 위만 갈라진 통꽃이 나타났다.

꽃과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꽃잎의 일부가 꽃받침이 되는가 하면 너무 작은 통꽃은 같은 것들끼리 모여 큰 송이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국화와 해바라기가 그러하다. 이러한 변화는 약 1억3,500만 년쯤 전부터 시작돼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꽃의 갈래를 정하는 방법인 ‘꽃이 피어나는 차례’와 ‘꽃가루받이’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잎이 무성한 여름에 흰색 꽃이 많이 피고 높은 산의 야생화가 주로 보라색과 푸른색을 띄는 것은 각각 곤충이 붉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푸른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꽃 향기 역시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만약 파리처럼 악취를 좋아하는 매개체가 많았다면 우리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을 것이다.

또 열대지방에는 새와 관계를 맺고 있는 꽃이 많기 때문에 새가 앉을 수 있도록 꽃이 크고 붉은색 계열이다. 이제 동백꽃이 그리 탐스럽고 빨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의 눈에 비친 꽃이 아니라 꽃이 주인이 된 이야기를 읽자니 식물 역시 동물과 마찬가지로 종족의 미래를 위하여 환경에 적응하고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는 역동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용 중에도 사진이 들어 있지만 도감과 함께 보면 꽃 모양 확인에 더 효과적이겠다. 연휴의 첫날이다. 아이들과 꽃 나라 탐험에 나서보자. 어릴 때 보았던 꽃은 지금도 그 이름을 알겠는데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꽃을 알아나가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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