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드림(Gold Dream)’을 위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까지 날아갔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이 실패하자 동업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살해했다. 이들은 사고사를 위장하며 완전범죄를 노렸으나 7개월여에 걸친 피해자 아들과 경찰의 추적으로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아프리카 서부 연안국가 시에라리온에서 90년대 후반 3년 이상 무역업을 했던 김모(38)씨는 이 나라에 사금(砂金)이 풍부한 데 착안, 한국에서 투자자를 모아 사금 채취사업을 벌이기로 계획했다. 김씨는 2002년부터 현지 조사를 벌이고,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8억~9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작년 4월에는 30년 경력의 사금 채취 전문가로 알려진 이모(60)씨를 만났고, 한국에서 채용한 5명의 노동자와 함께 시에라리온으로 떠났다.
김씨는 사에라리온 동부 내륙에 캠프를 설치하고 사금 채취에 나섰으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투자금을 갚으며 이익을 내려면 하루 5kg 이상을 캐야 했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사금을 구경조차 못한 채 5개월여를 보냈다. 투자금을 까먹기만 했던 김씨는 결국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월 500만원의 임금도 주지 못할 형편이 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채무 독촉과 현지 노동자들의 원성에 시달렸던 김씨는 동업자 이씨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는 노동자 2명과 짜고 사업실패의 원인을 이씨에게 돌리기로 하고 “이씨가 현지 여자와 사귀느라 사금 찾기를 게을리 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소문을 냈다.
그러다 작년 10월 13일 캠프 안에서 노동자 2명과 함께 이씨의 양손을 묶어놓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이들은 “이씨가 작업 도중 2.3m 높이의 기계 위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입을 맞췄다. 이씨의 시신을 현지에서 7시간이나 떨어진 수도 프리타운의 병원으로 옮기며 “옮기는 도중 사망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현지 경찰도 김씨를 사고사로 처리해 완전범죄가 될 뻔 했던 사건은 이씨의 아들 A(35)씨가 현지에 도착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A씨는 아버지가 2.3m 높이에서 떨어졌다는데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져 있어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A씨는 나이지리아 주대 한국대사관을 수 차례 찾아가 탄원하고, 한국에 있는 부인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로 입국하는 관련 노동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입국한 노동자들이 한결같이 입을 맞춰 혐의를 밝히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A씨가 몇 차례나 현지를 오가며 나이지리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현지 경찰을 찾아다니고, 한국의 경찰도 사건에 의혹을 갖고 이씨의 시신을 다시 부검키로 하는 등 처음부터 다시 수사하기 시작했다. 사금 채취팀 7명 가운데 지난달 30일 마지막으로 입국한 김모(48)씨가 이러한 국내 상황을 인식하고 심경변화를 일으키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일 김씨와 함께 이씨를 살해한 윤모(62) 김모(37)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시에라리온에 남아있는 주범 김씨가 현지 재산을 처분하고 가족을 해외로 도피시키는 등 다른 국가로 탈출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인터폴과 공조, 검거에 나섰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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