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는 요즘도 관광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는 풍경뿐 아니라 풍속을 소개하기 위해 사진엽서를 대량 제작했다. 물론 제작의 주체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고, 뒤늦게 열강 대열에 합류한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에서 온 사진엽서’는 서울시 문화재과 권혁희 학예연구사가 300여 장의 사진엽서들을 통해 들여다본 당시 조선의 사회와 문화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국주의자들이 식민지에서 이색적으로 느끼고, 때로 문화적 차별을 강조하기 위해 부각시켜 유포했던 이데올로기와 권력의 시선이다.
저자에 따르면 식민지의 풍경과 풍속을 묘사한 사진엽서는 문화 제국주의의 축소판이다. 특히 풍속 사진엽서는 제국주의 국가의 국민에게 식민지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을 불어넣고, 동시에 근대 문명의 성취자 자긍심과 우월감을 고취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일본 역시 인물이나 풍속 이외의 다양한 이미지의 사진엽서를 만들어 조선 지배의 정당성을 강화했다. 조선총독부가 시정(始政) 기념엽서에서 식민 지배 이전의 낙후한 조선과 지배 이후의 근대화된 모습을 비교하는 사진을 나란히 배열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총이 아니라 ‘인종주의, 차별, 모멸감과 같은 비가시적인 폭력의 구조를 만들어’내 식민지의 모든 것을 ‘저들만의 고상한 상품으로 만들어버린 폭력’이며 그것을 카메라가 맡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제국주의 시대에 일본과 서구의 시선으로 만든 이미지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제국주의 시선’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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