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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총리-검ㆍ경 총수의 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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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총리-검ㆍ경 총수의 술판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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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 집. 이해찬 총리, 김승규 법무장관, 오영교 행자부 장관, 김종빈 검찰총장, 허준영 경찰청장이 만찬 회동을 갖고 있었다. 밖에서는 30여명의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사권 문제를 놓고 그토록 싸우던 검경 총수가 총리 주재의 만찬에서 머리를 맞댔으니 뭔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총리실측은 모임 전부터 “업무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으나, 민감한 시기에 행정부와 검경의 수장들이 모인 만큼 취재 열기가 뜨거운 것은 당연했다.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모임은 예정된 2시간을 넘기자 “뭔가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저녁 9시 20분께. 드디어 한정식 집을 나선 5인은 불콰한 얼굴로 “유쾌한 자리였다.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하기로 했다”(이 총리), “좋았다”(김 총장), “화기애애한 자리였다. 잘 될 것이다”(허 청장)는 등 한마디씩 했다.

이들의 표정을 보고 “합의가 이루어진 모양”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곧 이어진 브리핑은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수사권의 ‘수’ 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골프, 낚시, 고향 얘기를 주로 했다”고 했다.

김 장관이 “낚시는 총장이 대한민국에서 1등”이라고 하자, 김 총장이 “여수에서 태어나 낚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답했다는 식이었다. 검경 총수가 폭탄주 러브샷을 3잔이나 했으며, 총리도 폭탄주를 6잔까지 마셨다.

수사권 논의는 일체 없었다고 했다. 유일한 합의가 “7월에 골프 치자”는 약속이었다. 갈등 해소방안이란 결국 폭탄주를 의미했다. ‘화해의 러브샷’을 했으니 검경은 수사권 조정안을 곧 내놓을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게 믿는 국민은 없다.

송용창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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