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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한국경제 해법은

입력
200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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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장이 5% 성장이 어렵다고 얘기하자 비관론이 요란하다. 많은 관료들은 ‘구조’를 탓하거나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위기를 피해가려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돈을 더 풀어라’ ‘시장에 맡겨라’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낡은 처방전을 꺼내들고 나섰다.

그러나 그런 처방으로 장기침체를 거듭하는 한국경제에 활로가 개척될 수 있는가? 없다. 일시적인 수치반등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업자를 양산해 빈곤층 증가를 가져오고 복지재정과 국가부채가 폭증하며 중소기업이 수천 개씩 문을 닫고 공산품 시장마저 중국산이 휩쓰는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해법은 없는가? 관점을 바꾸면 왜 한국경제가 장기침체를 거듭하는지 알 수 있다. 내수침체의 요인은 네 가지다. 400만 명에 달하는 신용불량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도 등으로 생겨난 실업자 증가, 부동산침체로 인한 중산층의 소비여력 감소, 자본의 해외유출 등이다.

과거에 효과를 보았던 재정의 조기투입 같은 금융정책이 약효가 없는 것은 한국경제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다소 둔화했지만 ‘나홀로 수출 성과’도 국내산업과의 연관 고리가 취약해서 국내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나홀로 수출효과’가 국내중소기업에 불길을 지필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작업이다. 정부가 이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입규모가 큰 100여 개 품목을 정해 국내생산 대체작업도 시동을 걸었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해왔던 사업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언제 효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오히려 관행을 간파해 재빠르게 국내시장을 선점해 값싼 부품소재를 공급해서 한국기업의 기술력 성장을 저지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실정이 아닌가. 선택과 집중이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될 작업은 500억 달러에 이르는 부품소재 분야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과 상품개발 지원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활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에 희망을 줄 뿐 아니라 고용창출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안이다.

두번째로 해야 될 작업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퇴출 위기에 빠져있는 수많은 중소기업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의 규모와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의 도태는 어쩔 수 없다는 방관자적 태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술수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동화사업 가능성, 공동의 원료구매와 판로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실업양산에 따른 복지재정 부담으로 나타날 것이다.

세번째로는 금융, 의료 등 서비스산업에 토종자본 참여, 제2금융권 육성, 비영리의료법인 자격제한폐지 등 진입장벽을 제거해서 국내 경쟁력도 키우고 고용도 확대하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은 비정상적 공급독점 구조를 개혁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경제적 여건을 형성할 필요성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와 방식이다. 몇 년째 계속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나라는 빚더미를 떠안고 한국경제는 회복불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위기라고 느낄 때가 기회이고 해법은 가까이 있다.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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