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岐路). 제목이 말해주듯 재미교포 박봉금(朴奉金ㆍ58)씨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 내몰렸던 절박한 경험들을 생생하고 소박한 필치로 담아냈다. “1983년 5월 8일 이민 와서 3년간 바느질 공장 다니다 세탁소를 차려서 3년 운영했어요. 그러다 1997년부터는 세탁 공장을 운영했는데 쫄딱 망했죠. 하는 수 없이 미국 회사에 폐차공장에서 일하다 철문에 오른손이 끼여 크게 다쳤어요.”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안게 됐을 뿐더러 오른손마저 쓸 수 없게 된 그녀는 세상을 비관했다. “죽으려고 결심 했었죠. 근데 그날 따라 신기하게 아들과 딸들에게서 전화가 계속 걸려오는 거에요. 게다가 2001년 미 해군 하사관으로 복무 중이던 막내딸이 ‘올해의 해군’으로 뽑혔다는 소식까지 들렸죠.” 그녀는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던 최후의 순간에 세상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한 것이다. “이젠 자꾸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더듬기 보다 현실에서 만족하려고 합니다.”
요즘 미국 일리노이주 에디슨시에서 큰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왼손으로 자판을 쳐가며 매일 일기를 씁니다. 언젠가는 이민 1세대로 미국에서 제가 살아온 길을 아들, 딸,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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