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찾아 온 여름. 좀 더 앞서 맞기 위해 남으로 향했다. 한라산과 수백 개의 오름은 이미 신록을 지나 짙은 초록빛을 뿜어 내고 있다. 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코발트 빛 바다는 더욱 푸른 색채를 토해낸다. 여름 향기 가득 머금은 제주는 그렇게 싱그럽게 여물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바닷속은 어떨까. 여름을 맞고 있는 제주의 속살을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다. 제주의 바닷속 여행법은 2가지. 잠수함을 이용하거나 스킨 스쿠버를 하는 것이다.
잠수함은 옷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수심 20~30m 아래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하지만 감동은 크지 않다. TV모니터를 보는 것과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대신 스킨 스쿠버는 다양한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온 몸으로 바닷속을 체험할 수 있다. 보다 큰 감동을 맛보기 위해 제주의 남단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잡은 한 다이빙 강습소를 찾았다. 전문강사 신기욱(다이버하우스 대표)씨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화순 해수욕장 인근 해안가.
길이 100m,폭 10m 남짓한 자그마한 해변이지만 뒤로 산방산이 감싸고 있고, 앞으로 형제도와 멀리 마라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본격적인 바닷속 여행에 앞서 스노클링에 도전했다.
스노클(숨대롱), 수경, 오리발 등 간단한 장비를 이용, 바닷속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수경에 부착된 스노클을 통해 숨을 쉬고, 오리발을 저으며 바다를 유영한다.
장비가 간단하고, 배우기가 쉬워 물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데도 적합하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한다. 입으로만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코로 숨을 쉬었다가는 바닷물이 코로 들어와 낭패를 볼 수 있다.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었다. 수온은 섭씨 18도. 약간 찬 기운이 감돌지만 2~3분이 지나니 견딜 만 하다.
얼굴을 바다에 묻고 서서히 스노클링에 몰두한다. 10분가량 스노클링을 마치고 드디어 스쿠버 다이빙 시간이다. 강사의 지도 아래 정해진 코스를 돌아 보는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이지만 장비 착용을 하면서부터 기가 죽는다. 두께 3㎜의 잠수복을 입고 나니, 무게 12㎏의 웨이트 벨트를 허리에 채운다. 잠수 중 물 위로 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여기에 20㎏이상의 산소 탱크를 어깨에 메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상태에서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바다에 들었다. 엎드린 상태에서 바닥을 기어 10m가량 들어가니 물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우선 손으로 코를 막고 고막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이퀄라이징을 한 다음 물속으로 향한다.
수압과 체내 압력을 맞춰주기 위해서이다. 깊은 물속은 육지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성게, 갯민숭달팽이가 바로 지척에 널려있다. 투명하면서도 붉은 빛이 감도는 해파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부유한다. 바닥의 모래와 색깔이 흡사한 모래무지가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 놀라 달음질치는 모습도 보인다.
10분쯤 지났을까. 높이 7~8m가량의 수중 아치를 뒤덮은 줄도화돔떼가 나타났다. 수백 아니 수천을 헤아린다.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종이라 색채도 화려하다.
분홍빛 광채를 내뿜는 물고기들의 질서 정열한 군무가 이어진다. 이왕 내친 걸음 모험을 감행했다. 물고기떼를 비집고 아치를 지나 반대편으로 돌진하니 앞을 뒤덮은 물고기들이 유유히 길을 내준다.
이번에는 칠동가리돔, 쥐치, 우럭, 돌멍게 등이 이방인을 맞이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화려한 색깔의 열대어가 늘어나고 있다. 이 일대에서만 미기록종 어류 30여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신씨는 “체험 다이빙을 마치면 인근 문섬, 설섬, 범섬 등에서 섬 다이빙을 배우게 된다”며 “작살을 이용,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유어 사냥 프로그램도 제주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다이빙 메모
수중 다이빙 경험이 없다면 체험 다이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스노클링과 체험 다이빙을 합쳐 1시간 가량 소요된다. 본격적으로 다이빙을 배우거나,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1주일 가량의 자격증 코스에 참가하면 된다.
다이빙 이론과 장비 착용법에 이어 체험 다이빙, 비치 다이빙, 섬 다이빙, 보트 다이빙 등 다양한 코스를 이동하며 실전을 경험한다. 다이빙 자격증이 있거나 경험이 있다면 장비만 임대하는 방법도 있다.
화순해수욕장 인근 다이버 하우스는 한 번에 50명가량이 투숙할 수 있는 숙박 시설까지 갖춘 제주 지역 최대규모의 다이빙 전문 리조트이다. 체험 다이빙 12만원선, 자격증 코스는 30만원선. (064)792-3336. www.diverhouse.com
제주=글 한창만기자 사진 이운철(수중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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