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호 해상 대치 사건이 2일 원만히 해결됨에 따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은 이 사건을 관계 개선의 매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은 독도문제, 역사왜곡, 야치 차관 발언 파문 등으로 살얼음을 걷던 와중에 터진 이 사건이 장기화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을 걱정했다. 특히 해상 대치 상황 자체가 양국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에서 한일 양국은 국제법에 근거한 원칙적 해결을 택할 수 없었다. 사건 수습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은 외교적 타협을 통한 속전속결 방식을 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관계 장관들과 조찬 대책회의를 하면서 “사건을 감정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자칫 충돌로 치달을 수 있는 해상 대치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1일 밤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면서 한일 어업문제에 정통한 것도 사건 조기 수습에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한 당국자는 “노 대통령이 한일간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단속 상황과 원만한 수습이 우리 어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이 달 하순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신풍호 사건으로 한일관계가 더욱 꼬일 경우 양국의 이익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우리에게 서울 한일정상회담은 지난달의 한중, 한러 정상회담과 10일 한미정상회담에 이은 마지막 북핵 정상외교로 그 의미가 크다.
또 올 상반기 한일관계를 달구었던 역사왜곡, 독도 문제 등을 짚고 정리해야 하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중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 처한 일본으로서도 한일정상회담은 동북아내 입지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러한 양국의 절박한 상황인식은 양측 고위 레벨의 분주한 접촉을 낳았다. 반기문 외교부장관은 1일 방한중인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외무성 부장관과 접촉, 외교적 타협을 개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일본 외무성은 사건을 원만히 해결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강경자세를 견지한 일본 해상보안청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일 오전 11시 양측이 형사관할권을 한발씩 양보하는 선에서 사건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번 사건에서 타협의 자세를 보인 양국은 조만간 한일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공식 발표하고, 관계 복원 노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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