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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싫다는데 대규모 고집할 필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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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싫다는데 대규모 고집할 필요 있나

입력
200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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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양에서 열리는 6ㆍ15 통일대축전 남측 방북단 규모를 3분의 1로 줄여달라고 급하게 요청했다. 지난 번 차관급 회담으로 어렵게 물꼬가 트인 남북대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이 규모 축소를 요청한 속사정이 궁금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었던 관계자들의 실망이 클 만도 하다. 북한이 11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측에 일종의 주문을 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북한이 미국의 대북 압박ㆍ비난, F117 스텔스 전폭기 투입 등을 언급한 데서 읽히는 뜻이다. 또 정부와 민간, 해외동포를 합쳐 985명에 이르는 대표단을 320명으로 줄여달라는 요청은 대규모 대표단의 숙박 및 안내 준비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뒤늦게 엉뚱한 요구를 들이 댄 북한 태도가 실망스럽지만 적어도 상대가 북한이란 점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다. 손님을 맞는 예의에 어긋난다거나, 일방적 태도를 내버려두면 남북대화의 장래가 걱정된다는 지적도 허망하다. 사정이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가장 눈에 거슬리는 것은 북한의 요청에 대해 ‘합의사항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다.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겠다거나,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북한에 끌려가서는 남북대화 원칙에 어긋난다는 말은 어딘가 군색하다. 수용 능력의 문제라면 이해하고, 우회적 대미 카드라면 그에 따르겠다는 말인가.

생각을 뒤집어 보자. 하루 아침에 변할 리가 없는 수용능력의 문제라면 애초의 합의가 잘못 된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 문제를 그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 것은 아닌지를 따지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합의 준수’를 빌미로, 우선은 많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한 가지만은 확실히 해두자. 평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더 이상 훈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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