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에스테크놀로지(이하 씨앤에스) 서승모(45) 사장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경영자다. 서 사장의 최근 10년은 행운이 시련의 씨앗이 되고,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는 굴곡의 기간이었다. 서 사장이 이끄는 씨앤에스는 2004년 재무제표로만 보면 벼랑 끝에 몰렸다. 2001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가 450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납입자본금이 7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회사가 명맥을 유지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씨앤에스가 45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낸 것은 2001년부터 매년 60억~8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인터넷 화상전화와 DMB칩 개발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구개발비는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확보한 680억원 가량의 자본잉여금에서 충당됐다.
최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서 사장은 “금고에 쌓아 놓은 현금으로 재테크나 하지, 무슨 연구개발이냐는 유혹도 받았으나 기술자(서 사장은 삼성전자 D램반도체 개발팀장 출신이다)의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면서 “암울한 상황이 3년만 더 계속됐어도 위기에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위기에 몰아 넣은 연구개발 투자가 빛을 발한 것은 2005년부터이다. 해외 통신사업자로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전화 주문이 들어오고, 국내에서는 DMB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매출도 늘기 시작했다. 4월부터 자금 사정이 급속히 좋아지고 있다는 게 서 사장의 설명이다. 업계에는 씨앤에스가 인터넷 화상전화기 판매와 관련, 국내 대기업과 곧 제휴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서 사장은 “인터넷 화상전화와 DMB칩 분야에서 씨앤에스의 지위는 CDMA 분야에서 퀄컴과 맞먹는다”고 자랑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초기 경쟁업체들이 사업성에 의문을 갖고 기술개발을 포기한 반면, 씨앤에스는 꾸준한 투자를 통해 이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기자가 “이런 추세라면 씨앤에스가 10년 후에는 증시의 블루칩이 되겠군요”라고 묻자, 서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반박했다. “화상전화와 DMB 시장에 대한 전문기관의 예측이 절반만 맞더라도, 씨앤에스는 3년 안에 블루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씨앤에스가 독보적 기술력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화상전화와 DMB 사업에 긍정적 전망을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셈이다. 서 사장은 인터뷰를 끝내려는 기자에게 “배당 여력이 생긴다면,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의 배당률을 높여주는 차등 배당을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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