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든 말인지는 모르나 최근 ‘옐로 이펙트(Yellow Effect)’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황색 효과’라니, 뭔가 은밀하고 선정적인 것을 연상한다면 곧 실소를 머금게 된다.
누를 황(黃)씨 성을 빗대 만든 이 조어의 뜻은 쉽게 말해 ‘하면 된다’의 21세기판이다.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석좌교수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이 세계를 상대로 지금까지 이뤘고 앞으로 이뤄나갈 업적이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 몇 개월 차이로 53세 동갑내기인 것을 빼면 두 사람은 거의 공통점이 없었다. 성장배경이나 전문영역이 달랐고 활동무대도 학교와 기업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한 열정과 신념, 미래를 보는 혜안과 상상력에서만은 두 사람은 빼다 박은 꼴이다. 황 교수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주말이 없다.
그 집념이 마침내 난치병 맞춤치료 배아줄기세포 생산이라는 산업혁명적 금자탑을 쌓았다. 황 사장은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를 무색케 한 ‘황의 법칙’, 즉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을 입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반도체 신성장론을 전도하는 그의 말엔 늘 힘이 넘친다.
△ 두 황씨가 ‘옐로 이펙트’의 시너지 영역에서 만나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마침 황 사장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반도체 기술의 진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며 “황 교수의 연구도 반도체가 핵심인 정보기술(IT)과 결합해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받아 황 교수측도 “광범위한 정보처리 능력이나 세포조작 등 미세한 분야에서 IT의 발전성과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미 향후 5년 내에 IT와 BT가 결합된 기술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생명의 존엄을 떠받치는 그 날은 ‘옐로 이펙트’가 세계적 용어로 공인 받는 날이 될 것이다. ‘쓰나미’라는 일본어가 지진해일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된 것처럼. 다만 후자가 재앙인 것과 달리 전자는 복음이다. 그러나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멀고 험할지도 모른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믿는 두 사람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때로 지치고 좌절할 수도 있다. 동시대인들이 할 일은 그럴 때 그들을 지켜내는 것이다. 한때의 박수나 환호는 거품 같은 것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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