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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10일 개봉 '녹색의자' 시나리오 쓴 김전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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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10일 개봉 '녹색의자' 시나리오 쓴 김전한씨

입력
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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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한(43)씨는 주부로 유명하다.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시작한 집안일에 재미를 붙여, 2002년에는 ‘인간극장’(KBS2)에 출연했고 ‘김전한의 살림하는 남편일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불량주부’(SBS) 때문에 또 한 차례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의 본업은 시나리오 작가다. ‘역 원조교제’라는 소재로 한창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영화 ‘녹색의자’(감독 박철수ㆍ10일 개봉)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30대 유부녀 문희(서정)와 미성년자 현(심지호)이 사랑에 빠져 여관방 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애정행각을 벌인다는 파격적인 내용과 ‘주부’ 김전한씨를 연결시키기란 쉽지 않다.

“2000년 말 실제 있던 일입니다. 유부녀가 10대 남학생을 꼬여냈다고 구속되고, 세상이 발칵 뒤집혔죠. 신문 보는데 ‘정말 사랑했으면 어쩔 건데?’라는 생각이 들데요. 박철수 감독한테 전화해서 ‘영화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했더니 ‘써라’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시작한 ‘녹색의자’는 완성된 지 무려 2년 만에야 극장에 걸리게 됐다. “물론 그 사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목소리로 그 여자를 ‘미친년’ 취급한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가 거슬렸을 뿐입니다.”

가부장제도와 남성우월적 관습을 뒤엎는 소재는 늘 그의 관심사다. 역시 박철수 감독이 연출했던 그의 첫번째 영화 ‘봉자’도 마찬가지였다. “20대에 가장 매료됐던 소설이 ‘롤리타’였습니다. 사회 관습에 억눌린 인간의 욕망은 늘 탐구 대상입니다.” 선뜻 가사일을 떠맡을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개방적인 사고 덕분일 것이다.

‘녹색의자’의 개봉일인 10일은 마침 그의 세 번째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가 크랭크 인하는 날이다. 정보석, 박강정이 주연을 맡고 신인 김태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새 소설도 조만간 출간을 앞두고 있고 12월에는 뮤지컬도 무대에 올린다. 다양한 장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는 “서사 장르의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내 월급만 바라보고 사는 못난 남자라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드디어 아내 수입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가사일을 멀리하진 않는다. “집안이 가지런해야 글도 잘 써집니다. 머리가 복잡할 때 청소하고 밥 하면 생각이 다 정리됩니다.” 그러고 보면 그에게 가정은 정신수양, 혹은 재충전의 장인 셈이다.

큰 아들 영동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청소당번 급식당번 날은 어김없이 학교에 가야 한다. 글 쓰는 직업보다 살림하는 남자로 많이 알려져 불편한 것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내가 좀 창피해서 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 싫어할 필요 있겠습니까.”

최지향기자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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