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일 갑작스럽게 6ㆍ15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석할 남측 대표단 규모 축소를 통보함으로써 최근 고조되던 남북 화해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체제 비난을 대표단 규모 축소의 이유로 내세워 6자회담 복귀 전망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북한이 남측에 전달한 대표단 규모 축소 이유는 ▦핵 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압박, 비난 ▦체제에 대한 모독, 중상 ▦스텔스전폭기 투입 등 3가지다. 모두 미국의 행태를 문제 삼은 것이다.
북한은 특히 지난달 25일 공개된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 한국 배치 사실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한미 국방당국은 “연례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미 군사훈련 자체도 문제를 삼았던 북한 입장에서는 전폭기 배치를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딕 체니 미 부통령의 김정일 위원장 비난 발언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 CNN에 출연, “김 위원장은 핵 개발을 추진하면서 국민 빈곤에는 관심이 없는 무책임한 지도자”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 행정부 인사들의 비난을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온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 정부에 대한 비난 대신 미국을 겨냥하고, 행사 취소 대신 규모 축소를 요청한 것은 최소한의 남북관계 유지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또 1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간 민족공조 분위기를 저해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간접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렸음직 하다.
이 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통일대축전을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사실에 비쳐볼 때 갑작스러운 행사규모 축소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행정능력 부족 등 여러 이유로 700여명에 달하는 남측 대표단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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