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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의혹 전말 및 시스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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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도 의혹 전말 및 시스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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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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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부적절한 지시가 발단

행담도 개발 의혹 사건의 줄거리가 밝혀지면서 국정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 출신인 정찬용 인사수석에게 서남해안 개발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사실상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비공식 채널에 과제를 맡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인사수석에게 이 같은 일을 맡긴 것은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시스템 통치’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치(人治)에 가깝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청와대는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김 사장 개인에게 너무 많이 의존했다. 동북아위는 집행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임에도 불구하고 행담도개발㈜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부 지원 의향서를 써주는 등 월권 행위를 했다.

서남해안 개발은 노 대통령이 주도 2003년 중반, 노 대통령은 정찬용 수석으로부터 보고 받는 자리에서 “국토균형 발전의 요체는 낙후된 호남의 발전인 만큼 정 수석이 이 일을 맡아달라”고 주문했다.

정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일이 바빠서 맡기 어렵다”고 일단 고사했다. 며칠 뒤 노 대통령은 정 수석을 다시 불러 조찬을 함께 하면서 서남해안 개발을 위한 정 수석의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정 수석은 노 대통령의 당부를 ‘지시’로 받아들이고 서남해안 개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게 됐다.

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선 때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대한 보은 차원 아니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나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서남해안 개발에 관심 갖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건교부 등 해당 기관에 맡기기 않고 인사 수석에게 이 같은 과제를 맡긴 점이다.

정찬용 인사수석의 ‘탈선 개입’ 대통령으로부터 과제를 부여 받은 정 수석은 평소 서남해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서울대 문동주 교수와 접촉했다. 2003년 말 정 수석은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상의해 문 교수에게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를 맡겼다. 문 교수는 프로젝트 연구 과정에서 김재복 사장으로부터 외자 유치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2004년 4월 전남 일대를 항공우주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자는 문 교수의 보고서는 균형발전위로부터 부정적 판단을 받았다. 결국 2004년 6월 서남해안 개발 과제는 균형발전위에서 동북아위로 이관됐고 동북아위는 서남해안을 관광ㆍ물류ㆍIT기지로 개발하자는 방안을 채택했다.

동북아위로 업무가 넘어간 뒤 김 사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 수석은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에게 김 사장을 천거했다.

정 수석은 2004년 5월 문 교수를 통해 김 사장을 처음 소개 받았다. 같은 달 김 사장은 캘빈 유 주한싱가포르 대사와 함께 다시 청와대를 방문해 정 수석을 만났다. 유 대사는 김 사장을 신뢰한다는 뜻을 전한 뒤 별도로 “행담도 개발을 S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선도사업)으로 채택해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정 수석에게 보냈다.

유 대사의 요망사항은 관련 부처의 검증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동북아위에서 그대로 채택됨으로써 ‘시스템 다운’의 문제점을 또 보여줬다.

정 수석은 싱가포르 대사의 말을 그대로 믿는 바람에 김 사장 신상의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했다. 김 사장이 2004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청와대를 9 차례 방문한 것은 정 수석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수석은 금년 초 청와대 수석직을 그만 둔 뒤에도 손학래 도로공사 사장과 김 사장을 함께 만나 중재를 시도하는 등 줄곧 행담도 개발 지원에 앞장섰다.

문정인 동북아위원장의 ‘必?행위’ 지난해 7월 동북아위는 행담도개발㈜측과 서남해안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김 사장의 자문을 받으면서 S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동북아위는 지난해 11월 S프로젝트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며 그 자리에는 정 수석도 배석했다.

S프로젝트는 한국ㆍ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의제로 거론될 정도로 청와대 지원을 받은 사업이 됐다. 동북아위는 지난해 9월 행담도 개발이 서남해안 개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행담도개발의 외자 유치를 위해 정부 지원 의향서를 발급하는 등 김 사장 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동북아위가 행담도 개발을 S프로젝트의 선도사업으로 규정한 것은 오판이었으며, 김 사장의 행담도 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한 것은 월권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프로젝트 구상이 이처럼 행담도 개발 사업이란 옆길로 빠지고 있는데도 청와대의 검증 및 감독 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 靑, 싱가포르 대사 편지 타당성 점검도 안해

청와대가 개인 사업에 불과한 행담도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이던 S프로젝트에 끼워넣어 지원했던 배경에는 주한 싱가포르 대사의 편지도 한 몫 했다. 청와대가 대사의 편지 하나 때문에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을 무리하게 지원했다면, 이는 ‘자체 판단과 점검 시스템의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31일 당국자에 따르면, 캘빈 유 싱가포르 대사는 지난해 5월 김 사장과 함께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방문한 후 정 전 수석에게 대사 명의의 편지까지 보냈다.

“행담도 개발을 S프로젝트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추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전 수석은 이후 정태인 당시 동북아시대위원회 기조실장에 이 편지를 전달하면서 지원을 당부했다. 정 전 기조실장도 31일 감사원 조사에서 “이 편지를 근거로 김 씨를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캘빈 유 대사는 무슨 이유로 이런 편지를 보냈던 것일까. 감사원도 싱가포르 대사관에 문의를 해놓은 상태다. 김 사장과의 개인적 친분 때문인지, 아니면 싱가포르 정부의 방침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대사관은 이날 “행담도 개발은 싱가포르 정부와 무관한 사적인 사업으로 관련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감사원의 문의에 대한 것은 아니고 언론 취재에 대한 답변이었으나, 그 내용은 캘빈 유 대사가 김 사장과의 친분으로 지원을 당부했다는 얘기다. 김 사장도 감사원에서 “개인적 친분으로 캘빈 유 대사에게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대사관측은 이에 대한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행담도 개발이 잘 돼야 S프로젝트가 잘 된다’는 동북아위의 논리는 싱가포르 대사의 요청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행담도 개발이 싱가포르 자본의 철수로 김 사장의 개인 사업이 되고 김 사장의 자금조달 능력 부족으로 도로공사와 분쟁을 겪고 있던 점을 청와대가 점검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한 실책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내부 타당성 점검도 없이 싱가포르 대사의 말에 좌우되고 개인 사업자에게 농락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행담도, 숙박·위락시설 못들어서

정ㆍ관계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행담도 개발 사업장 일대가 숙박 및 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국가산업단지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건설교통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행담도와 주변 일대는 1979년 아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3,000만평의 일부이며, 90년 12월 고시된 산업단지 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는 산업단지 내에 건설되는 판매ㆍ숙박 시설은 근로자 복지를 위해서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산업단지와 관련한 직접시설이 아닌 판매나 위락시설은 해당 지자체가 산업단지에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허가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행담도 사업장은 보는 관점에 따라 산업단지에 부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현재 매립중인 행담도 2차 사업 부지에 대해 아직 지자체에 산업단지 해제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매립에 대한 허가는 해양수산부가 해준 것이지만, 앞으로 건축 신축시에는 당진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최근 감사원의 감사로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당진시로부터 허가를 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공사측은 이에 대해 “매립 작업이 끝난 뒤 지자체와 협의해 용도 변경을 요청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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