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 성장률 달성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데 이어, 주요 은행장들도 1일 월례조회에서 경기회복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견해를 일제히 나타냈다. 이에 따라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나서 은행권 경쟁이 다소 진정될지 주목된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연초만 해도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빠르게 호전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경기회복세 정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은행권의 경쟁이 (경기회복세에 비해)지나치게 앞서간 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 행장은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 실적을 더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영업경쟁보다 고객만족과 영업 및 여신 프로세스 개선작업 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경기회복 여부가 미지수인데도 은행들이 성급한 주택담보대출 ‘덤핑’ 판매 등 과다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의 강도가 더 심했다. 강 행장은 “환율 불안에 따라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 1ㆍ4분기에 3%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2ㆍ4분기에도 환율과 국제유가 등 해외 변수의 불안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은 그러나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 효과로 하반기에는 회복세가 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라며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무장한 기동타격대라는 각오로 우량중소기업 유치와 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자산과 영업이익의 성장은 정체 상태인 반면 강점이던 경비 효율성 등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더딘 경기회복과 은행간의 경쟁 격화, 다른 은행들의 집중 견제 등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신 행장은 “전략상의 돌파구 마련과 임직원 개개인의 생산성 제고 노력이 절실하다”며 “영업기반 조성과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통해 성공적인 상반기 결산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월례조회에서는 우수 인력의 탈출을 막기 위한 내부 단속성 발언도 이어졌다. 일부 핵심인력의 외국계 은행 이직설이 나돌고 있는 신한은행의 신 행장은 “환경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해서 외부의 유혹에 쉽게 빠져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행장은 “기업은행원 모두가 다른 은행의 스카우트 대상이 될 만큼 우수한 인력이 돼 달라”면서도 “우리 직원들이 스카우트되는 것을 바란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직원 단속에 나섰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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