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담도 개발 의혹에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개재돼 있었음이 드러났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이 노 대통령으로부터 호남 개발을 맡아 달라는 말을 들었고, 이후 김재복 행담도건설㈜ 사장이 정 전 수석을 수 차례 만나는 등 모두 아홉 차례나 인사수석실을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한 개인 사업자의 사업계획이 마치 국책사업인양 둔갑한 경위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대통령의 언급이 그 배경이었다는 것이니 이제야 앞뒤를 알 만하다.
이로써 행담도 의혹은 국토 개발에 관한 부정 비리 여부의 문제를 넘어섰다. 대통령이 나서 국정운영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마비시켰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 전 수석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자신이 호남 출신이니 호남 개발을 맡아달라고 했다는 것이고,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 쪽 지역 출신 인사수석에게 여론을 잘 수렴해 구상해 보라는 주문을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의혹의 시발이 이제서 드러난 마당에 그 것을 ‘주문’이라고 강변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호남 개발과 인사수석 사이에는 어떤 관련도 있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그 지시를 하는 순간 법률에 의한 정부조직과 담당업무는 한꺼번에 흐트러져 버린 것인데, 이는 결코 대통령의 올바른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왜 인사수석에게 그런 지시를 했는지 직접 설명해야 한다.
정 전 수석은 지금도 “소관업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라 일이 골목 잡사 인지, 귀가 의심스럽다. 시스템 운운 하던 정권의 실상이 이것인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