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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에 빠진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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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쿠'에 빠진 영국인

입력
2005.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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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것도 잊는다. 학교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도 깜빡 한다. 내려야 할 전철역을 그냥 지나친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31일 정상적인 삶을 팽개친 채 스도쿠(數獨;겹치지 않는 숫자라는 뜻)란 숫자 퍼즐에 푹 빠진 영국인의 삶을 전했다.

퍼즐의 규칙은 간단하다. 가로ㆍ세로 줄 9칸에 1부터 9까지 숫자를 겹치지 않게 집어 넣고 가로, 세로 3칸 씩 9칸으로 된 정사각형 안에도 1부터 9를 한번씩 만 적는다.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아 손 대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문제는 하루 종일 풀어도 안 될 정도다.

이처럼 풀릴 듯 하면서 풀리지 않아 애간장을 녹이는 데 스도쿠의 매력이 있다. 교육적 효과도 크다. 수학자 트레버 호크스는 “스도쿠는 끊임없이 뇌에 자극을 주는 논리 게임”이라며 “특히 어린이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스도쿠는 18세기 스위스 수학자가 만든 ‘라틴 사각형’이 유래다. 1970년대 미국에서 ‘넘버 플러스’로 잠깐 소개됐다 일본 회사 니코리가 80년대 스도쿠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거쳐온 스도쿠가 정작 영국에서 더 폭발적인 데는 영국 신문들이 큰 역할을 했다. 낱말 맞추기 등 평소 퍼즐을 좋아하는 영국인에게 스도쿠가 먹힐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새 독자 확보에 스도쿠를 적극 활용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매일 난이도가 다른 4개의 퍼즐을 싣고 있고 더 타임스는 휴대폰용 스도쿠를 제공하고 있다.

가디언은 별도 섹션의 모든 페이지에 스도쿠를 넣으면서 “일본인이 직접 만든 문제”라는 문구까지 내걸었다. 두 신문은 스도쿠 풀기 전국선수권대회를 공동 개최하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3차원 스도쿠를 내놓을 예정이다.

스도쿠의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숫자대신 알파벳을 쓰거나 칸수를 줄여 만든 어린이용 스도쿠, 수 개념이 없는 유아를 위해 도형을 이용한 것도 출시됐다.

스도코의 미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전통적인 인기퍼즐인 낱말 맞추기를 대신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한 때 큰 인기를 끌다 시들해진 루빅 큐브 퍼즐처럼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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