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놓아주세요"
전쟁과 가난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던 전후세대는 배움에 대한 한(恨)이 가득했다. 자녀 교육을 역사적 사명이라 여겼던 부모들은 논 팔고 소 팔아 학업 뒷바라지에 헌신했다.
1970년대 고등교육기관(전문대, 대학, 대학원 등) 진학률은 중등학교 졸업자의 8.4%였다. 등록금만 대준다면 대학 진학은 과히 힘든 일이 아니었다. 교육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당시 부모들은 공부를 강요하거나 자녀의 활동을 통제하지 않았다.
81년 졸업정원제 실시를 통해 대학 정원은 2배로 늘고, 인가의 남발로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학문은 좁다. ‘일류대’병 때문이다.
부모의 과잉 기대는 아이들을 강요와 통제의 골짜기로 인도했다. 학교 역시 아이들을 입시 기계로 만들기 시작했다. 앞다퉈 보충수업을 신설하고 야간자율학습이라는 무기를 개발했다.
밤 10시까지 아이들을 붙잡아 놓았다. 자정까지 가두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 부모들은 환호했다. 자정 종소리에 맞추어 자가용 시동을 켜고 전장에서 돌아오는 전사들을 맞이했다. 이것이 자녀 사랑이라 굳게 믿었다. 4시간 이상 잠을 자면 대학에 못 간다는, ‘4당 5락’이라는 기괴한 풍문이 전국을 엄습해 아이들은 각성제를 먹기도 했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만성소화불량에 걸리기 시작했다. 운동부족으로 뚱뚱해졌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설학원에 보냈다. 산 너머 강 너머 내로라 하는 족집게 강사를 찾아갔다. 아이들을 차에 실어 공수하기도 했다.
아이의 내신 성적을 위해 교사를 향해 값싼 추파를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교사들은 점점 약해졌다. 부모들은 교사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예외일 수 없었다. 교사의 인자한 모습은 점점 사라졌다.
1분만 늦어도, 머리가 1㎝만 길어도 한 손엔 교칙, 한 손엔 매를 들었다. 대학 교수는 부모와 직접 거래하는 일이 드물었기에 그나마 견딜 만했다. 그러나 입시부정이라는 은밀한 거래는 오명을 남기에 충분했다.
하루 16시간 중노동 학습에 시달린 아이들은 점점 지쳐갔다. 실력이 좋거나 나쁘거나 평균은 무조건 75점에 맞추란다. 이 모든 일은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부모와 학교, 모든 교육 세력의 반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무조건 몰아세운다고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학습 능력에는 아주 많은 변수가 관여한다.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적절하지 못할 때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태풍의 나비 효과는 인정하면서 학습의 나비 효과는 인식조차 못하는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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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긴 영어단어
종로학원에서 재수할 때였다. ‘재수생’이라는 우울한 신분이었지만 비교적 밝은 분위기로 자기 소개를 해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대부분은 출신 고등학교와 이름을 얘기하고 “잘 지냅시다”정도로 맺고 교단을 내려왔지만, 그 중에는 개성 있게 팝송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돋보이고 싶은 마음에 차례가 되기까지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세상에서 제일 긴 영어 단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우선 재미있는 농담으로 ‘smiles(웃음)’라고 대답하던 때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앞 철자 s부터 뒷 철자 s까지가 mile(마일ㆍ거리 단위)이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가장 긴 영어단어는 바로 ‘진폐증’이라는 뜻의 단어다. pneumonoultramicroscopicsilicovolcanoconiosis. 총 45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소개를 할 차례가 되자 나는 앞에 나가서 단숨에 칠판에다 이 단어를 썼다.
이것보다 약간 짧은 단어도 있다.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이다. ‘재물에 대해 무가치하게 생각함, 경시함’이라는 뜻이다. ‘hippopotomonstrosesquippedaliophobia’이라는 단어도 있다. 재미있게도 그 의미는 ‘길이가 긴 단어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한다.
‘aequeosalinocalcalinoceraceoaluminosocupreovitriolic’라는 단어는 에드워드 스트러더라는 17세기 화학자가 영국 브리스톨 지방의 광천수의 구성성분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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