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은 증권업계의 최대 이단자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증권업협회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동원증권이 한때 이 회사의 광고 문구였던 “남들이 모두 ‘아니오’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할 수 있는” 용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원증권은 지난해 11월 증권업계 사장단이 과당 경쟁을 않기로 결의한 것을 무시하고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증권업계의 이익단체인 증권사노동조합협의회가 ‘부당 염매행위’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동원증권이 이단행위를 하는 이유는 뭘까. 시장(市場)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즉, 시장(소비자)이 수수료 인하를 반긴다면, 경쟁업체와 이해집단의 반발은 문제될 게 없다는 논리이다. 사실 이 회사의 파격 행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시장의 힘은 다른 증권사의 경영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양적 경쟁을 포기하고 질적 경쟁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영업방식을 수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우리증권이 양적 경쟁을 포기하면서, 최근 현대증권이 위탁매매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면서 “두 우량 증권사의 변신은 투자은행(IB) 업무를 중시하는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삼성증권 사장)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 삼성, 우리증권에서 일고 있는 변화는 40여개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똑같은 영업전략과 암묵적 담합으로 공존을 모색했던 과거 구도가 완전히 허물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외연을 확장하려는 동원의 전략과 내실을 다지는 삼성과 우리증권의 ‘황영기식’ 전략 중 어떤 것이 적중할지는 오직 시장만 알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사운을 걸고 필사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업계의 변신 몸부림과는 달리 지원기관인 증권선물거래소만은 여전히 개혁 무풍지대로 남아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거래소 이사장과 주요 본부장이 관료 출신이기 때문일까. 통합 거래소가 변화의 증거라고 내놓는 정책에서 절실함을 찾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3자녀 출산 직원에 대한 지원 대책이나 기자실의 브리핑룸 설치 등은 실효성을 무시한 대외 홍보용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민생 문제에 대한 절실함이 결여된 관료들의 땜질식 처방으로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듯이, 구태의연한 거래소의 행보에 거래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의 불만은 연일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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