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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드라마… 영화계 "나도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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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드라마… 영화계 "나도 한번"

입력
2005.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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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영화 제작자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나 ‘공공의 적’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도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어 합니다.” 2004년 이은주 주연의 영화 ‘안녕, UFO’를 제작한 영화사 옐로우필름 오민호 대표의 말이다.

최근 영화계의 인력과 자본이 드라마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우선 옐로우필름은 16부작 TV용 미니시리즈 ‘썸데이’(Someday)의 촬영을 10월15일부터 시작한다. 연출은 ‘고스트맘마’ ‘하루’ 등의 영화를 만든 한지승 감독이, 대본은 ‘실미도’를 쓴 김희재 작가가 맡았다. 옐로우 필름은 영화 시스템에 따라 100% 사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제작사이자 수입업체인 동아수출공사의 이우석 회장은 2004년 외주제작사 ‘DNT웍스’를 세웠다. ‘DNT웍스’는 현재 연기자 정지훈(가수 비)의 출연 문제로 MBC와 갈등을 빚었던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의 제작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제작자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만든 영화사인 MK픽처스를 포함 다수의 영화사가 외주제작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영화사 싸이더스의 제작본부장 출신 노종윤 대표가 3월 설립한 신생영화제작사 ㈜노비스엔터테인먼트도 ‘허준’ ‘올인’ 등을 쓴 최완규 작가가 이끄는 작가그룹 에이스스토리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김영현, ‘아줌마’의 정성주, ‘다모’의 정형수 등 30여 명의 드라마 작가가 소속된 에이스스토리가 대본을 제공하고 ㈜노비스엔터테인먼트가 영화 쪽의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완제품 드라마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이처럼 영화계가 일제히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류’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는 이미 영화보다 훨씬 큰 시장을 아시아 전역에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지난 해부터 더 이상 관객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이미 포화점에 이른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연히 해외 수출의 탄탄 대로가 열려있는 드라마 제작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기본 제작비의 80% 이상을 지상파 3사로부터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훨씬 적다.

드라마 산업이 영화 산업이 이미 이룩한 기술과 제작 시스템을 따라가면서 영화 같은 드라마가 속속 출현, 드라마 제작 면에서 영화사가 우위를 누릴 수 있게 된 점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영화 같은 화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이재규 감독의 SBS 월화드라마 ‘패션70s’는 ‘스타워즈3’를 찍은 소니 HD카메라 ‘시네마 알타’로 촬영하는 것이다. 김종학 감독이 연출하고 배용준이 주연을 맡을 ‘태왕사신기’에는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과 그가 이끄는 특수 촬영 스태프가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계의 드라마 진출 전망을 장밋빛로만 보기는 어렵다.

2006년 방영예정인 MBC 대하사극 ‘삼한지’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김기범 대표는 “영화사들이 드라마 진출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다른 나름의 장르적 특성이 있다”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드라마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스스토리의 최완규 작가도 “기존의 외주제작사가 대규모 자본을 들여 드라마를 사전 제작해도 지상파 3사가 편성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숙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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