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3일 연속 상승했다.
3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14포인트 오른 969.04를 기록했고, 코스닥지수도 5.03포인트나 오른 468.25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거시경제 지표가 극히 불량했던 것을 감안할 때 증시의 상승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월대비)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4.4∼4.5%보다 훨씬 낮은 3.8%를 기록했고, 경기선행지수는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또 4월 경상수지는 2년 만에 9억 달러 적자를 기록, 수출마저 둔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실물지표가 나쁜데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은 이유를 두 가지로 해석했다. 우선 4월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며, 5월에는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동원증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올해 5월은 지난해 5월보다 조업일수가 하루 많기 때문에 수출과 생산활동 지표가 개선될 게 틀림없다”면서 “실물경기의 전반적인 하락 속에서도 도ㆍ소매 판매가 1.2% 늘어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은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요인은 이날 발표된 지표에 계절적 특수요인이 다수 포함돼 발표된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정경제부와 증권업계 일각에선 경기선행지수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에 대해 추세적 현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승우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상수지 적자는 12월 결산법인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대규모 배당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4월에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한 것은, 이 지수가 최근 3개월간의 평균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월까지는 경기가 좋았던 올해 1월 자료가 통계에 포함됐으나, 4월에는 1월이 빠지면서 수치상으로 악화한 것처럼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6월을 앞둔 증시가 불길한 실물지표에도 불구,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각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그동안 900~950선의 박스권을 예상했던 주요 증권사들은 6월 목표주가를 일제히 940~990선으로 높여 잡았다. 또 하반기에는 내수 주도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며, 이에 따라 내수주에 대한 선취매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기간 조정국면이 6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종합주가지수 변동 범위를 920∼990선으로 예측했다. 동원증권도 “단기 악재가 나타나더라도 주가가 최소 910선 밑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형성됐다”며 “주가가 단기적으로 990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은 “우리 경제가 2ㆍ4분기 중 바닥을 다지는 예열과정을 거쳐 하반기에는 내수 주도의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부진한 실물지표 때문에 주가가 급반등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2~3년간 우리 경제의 외끌이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의 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운데 내수 회복세마저 더딘 상황인 만큼, 3ㆍ4분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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