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P사 K사장은 올 초부터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는데도 회사 사정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혼자만 힘든 줄 알고 동종업체 사장들에게 경기전망을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업체 사장들이 전한 말은 한결같았다. “좋아진다고 하는데 피부로 느끼는 회복은 언제쯤 될지 모르겠네요. 예감이 별로 안 좋습니다.”
올 초부터 계속돼 온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앞으로 어두운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 가방제조업체인 G산업 K사장은 “공장을 하루 10시간 돌려야 정상인데 5시간만 돌리고 있다”며 “비수기인 여름철이 다가와 휴가비 등 자금수요까지 늘어나는데 부도나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월중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서 6월 중 중소제조업 업황 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9.5로 5월 96.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SHBI는 100을 초과할 경우 지난달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을, 100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소기업들이 장기적인 내수불황 등으로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다.
수주 실적이나 수출 등 실적은 좋지만 원자재값 상승이나 환율하락 등으로 채산성이 오히려 악화하는 대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제조업 기업의 올 1ㆍ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1·4분기보다 20% 감소했고 10대 그룹의 순이익도 지난해에 비해 41% 감소,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올해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업체 모두 1ㆍ4분기 적자로 돌아서 실속이 없는 상태며 삼성전자도 1ㆍ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했다.
기아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에 비해 85%나 떨어지자 임직원을 대상으로 1,000만원의 상금을 내건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나섰다.
내수회복의 기준이 되는 유통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은 1~3월 4~6%대 신장하다 4월 2.3%, 5월에는 0.8%로 신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은품 경품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나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곤 산업 전반적으로 체감 경기는 최악”이라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느끼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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