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주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상인과 점원 등 4명이 현지 주민의 출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30일 외교통상부와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의 유명관광지인 세부시 막탄공항 인근에서 기념품 상점을 운영하던 박모씨와 종업원 3명 등 한국인 4명이 17일 현지 이민청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돼 하루동안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이번 조사는 토미 오스메나 세부시장의 부인 마고트 오스메나씨가 “이 상점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시의회에 고발하고 시의회는 이민청에 박씨 등에 대한 조사를 결정해 이뤄졌다. 현지 언론 등은 박씨 사건을 주요 기사로 일제히 다뤘으며 이로 인해 현지인들 사이에서 반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스메나씨는 2003년과 지난해 11월 등 2차례 박씨의 상점에 들어가려 했으나 박씨 등은 “이곳은 필리핀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며 출입을 거부했다.
출입이 거부된 이유는 이 상점이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고 있고 현지인들과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즉각 항의했으나 박씨 등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의회에 고발했다.
시의회는 “그들(한국인들)이 오스메나 시장 부인을 모욕했으며 시장 부인에게도 그랬다면 누구에게도 그럴 수 있다”며 “관행화한 한국인들의 ‘필리핀 고객 차별 정책’은 일종의 인종차별이므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정부 측에 조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대사관 측은 이 같은 언론보도 등이 당시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메나씨가 차를 타고 가다 박씨의 상점 앞에서 내려 현지인인 건물 경비원에게 “이 가게는 무엇을 파는 곳이냐”고 묻자 경비원이 “잠시 기다려라. 들어가도 되는지 상점 주인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간 사이 오스메나씨가 기분이 상해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인 상인들이 불필요하게 소비자인 현지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다만 현지인들이 구입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값비싼 물품들을 취급하는 일부 외국인 상점들의 경우 현지인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런 데서 불만이 쌓여 이번 일이 촉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측은 이후 오스메나씨에게 꽃다발과 편지를 보내는 등 사과 표시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상점 건물 소유주인 공항 측은 박씨에게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기태 영사는 “이번 사건이 계류 중에 있어 추방 여부와 판정 시기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대사관과 교민들이 나서 현지의 ‘친한파’ 인사들에게 지원 요청을 하는 등 사건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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